'직장의신',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이뤄낸 드라마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5.22 14: 23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 제작 KBS 미디어/MI Inc.)은 비정규직인 스태프들이 일궈낸 드라마라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 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소재로 출발한 작품. 그렇기에 제목도 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2007년 방송된 일본NTV '파견의 품격'이 모티브가 된 이 극본은 2012년초 함영훈 프로듀서와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던 KBS미디어 유상원 프로듀서가 만나 원작구매 및 미니시리즈로 제작하기로 결정, 지난 해 본격적으로 제작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일본 원작이 화제작이었던 만큼 부담도 컸다. 원작의 재미를 살리되 한국 실정에 맞는 생생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윤작가와 KBS미디어, MI의 제작사 관계자들은 실제 현장 취재에 돌입했다고. 미스김(김혜수)을 제외한 출연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민감한 소재였지만 제작진은 "이런 드라마가 한 번쯤은 꼭 나와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뛰어들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직장의 신'은 우선 촬영장 분위기부터 변화시켰다. 현장 관계자는 "드라마 스태프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상하좌우 구분 없이 '우리'라는 단단한 동지애로 자연스레 뭉치면서 빡빡한 촬영 스케줄에도 늘 활력이 넘쳤다. 드라마 속 주인공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처럼 당당한 비정규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미스김 역의 김혜수는 코믹 연기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 설정에도 대본을 보자마자 반나절도 안 돼 제작진에 먼저 연락, "우선 너무 재밌었고, 한 번쯤은 꼭 다뤄야 할 이야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판타지로 끝날 수도 있을 미스김과 균형을 맞춰준 계약직 신입사원 정주리로 분한 정유미는 "수많은 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란 생각에 더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직장의 신'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청률보다 신드롬이 더 큰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관계자는 "'직장의 신'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계약서상에서 아예 '갑'과 '을'이란 용어 자체를 빼기로 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반가운 현상이다. 드라마와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시청자들 역시 직신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라고 드라마가 남긴 의미에 대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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