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자가 있으면 고개를 숙이는 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웃었고 밀워키 브루어스에서는 진 세구라(23)와 리키 윅스(31)가 고개를 숙였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⅓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의 역투로 시즌 5승째(2패)를 따냈다. 밀워키 강타선을 맞아 우려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래 최다 이닝(7⅓이닝)을 던지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경기 초·중반을 지배한 류현진이었다. 6회 라이언 브론에게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무실점으로 밀워키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득점력을 과시하곤 했던 팀 동료들도 2회까지만 6점을 뽑으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런데 류현진의 승리를 도운 선수는 상대인 밀워키에도 있었다. 바로 키스톤 콤비를 이룬 윅스와 세구라였다.

밀워키로서는 5점을 허용한 2회 상황이 아쉬웠다. 다저스는 2회 선두타자 푼토를 시작으로 우리베와 에르난데스가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류현진의 삼진으로 상황은 1사 만루. 여기서 크로포드가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타구가 다소 빠르기는 했으나 2루수 윅스가 처리할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조금 튀어오른 타구 탓인지 윅스는 이를 잡아내지 못하고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 때 다저스는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밀워키의 대량실점은 윅스의 플레이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세구라의 실책까지 겹쳤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타구를 세구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3루 주자 에르난데스가 홈을 밟은 것이다. 세구라가 좀 더 깔끔하게 수비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밀러파크를 가득 메웠다. 다저스로서는 두 선수의 실책 및 아쉬운 플레이에 편승해 2회에만 5점을 뽑아 초반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다.
타석에서도 두 선수는 류현진에게 힘을 쓰지 못했다. 세구라는 경기 전까지 타율 3할5푼3리로 내셔널리그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선수였다. 윅스는 올 시즌 다소 부진하긴 하지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친 장타력이 있는 타자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류현진에게 무안타였다. 세구라는 3회 루킹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반대로 상·하위타선의 핵심인 두 선수를 철저히 봉쇄한 류현진은 순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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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