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남자 주인공 송승헌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애초부터 ‘송승헌이 불쌍할 때’로 제목을 변경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치정멜로극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전개를 보여줬다. 너무 걸맞다 못해 시청자들을 속 터지게 하는 치정이 등장해서 탈이었다.
앞서 서미도(신세경 분)는 한태상(송승헌 분)의 오른팔인 이창희(김성오 분)에게 계획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재희(연우진 분)를 만나기 전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거짓 연기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시늉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한태상과 서미도의 위태롭던 거짓말 게임이 끝을 맺었다. 한태상은 서미도의 모든 행동이 거짓이며 또 다시 이재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서미도는 자신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한태상을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이재희와 달콤한 밀애를 즐겼다. 이재희 또한 양심의 가책 없이 서미도와의 만남을 시도했고 변함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했다.
한태상은 서미도를 여전히 사랑하면서 그의 심상찮은 행동과 상황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홀로 걷지 못하는 서미도의 구두에는 길거리 위의 꽃잎들이 붙어 있었고, 휠체어는 서미도와 멀리 떨어져 혼자 놓여 있었다. 그래도 한태상은 그 CCTV를 보기 전까지 서미도를 믿었다.
그러나 한태상의 마음을 난도질하듯 서미도는 두 발로 걸어 이재희와 만났고, 포옹했고, 사랑을 나눴다. 한태상의 눈가에 분노의 눈물이 맺힐 때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이 서렸다.
한태상은 서미도에게 모든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밝혔다. 똑같이 되갚아줄 것이라는 예상을 깬 한태상 다운 직설법이었다. 그러자 서미도는 “그 사람이 다칠까 무서웠다”며 자신이 거짓 연기를 하게 된 까닭을 설명했다. 용서를 빌 것이라는 예상을 깬 서미도 다운 뻔뻔한 대답이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분명히 치정멜로 드라마다.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사랑이야기가 주된 틀이다. 그렇기에 서미도는 한태상과 만나면서도 이재희와 사랑을 나눠야 하고, 이재희는 서미도를 향한 시선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 한태상의 해바라기 같은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를 지나친 서미도의 행동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운 듯 보인다. 한태상의 바보스러운 해바라기 사랑도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설득력을 잃은 주인공들의 행동은 극의 흥미를 더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이제 4회의 방송을 남겨두고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안쓰러운 응원을 받고 있는 한태상의 사랑이 어떤 마지막을 맺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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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