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언더핸드 김병현(34)이 경기 초반 위기를 넘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김병현은 총 19경기 중 선발로 12경기에 나와 3승7패 평균자책점 5.98을 기록했다. 약 4년간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부진이 지속되자 8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불펜으로 기용되기도 했다.
김병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너질 때 초반부터 크게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퀄리티 스타트는 5번. 선발로 5회를 넘기지 못한 경우 역시 5번이었다. 그중 1회 실점한 뒤로 밸런스를 잃은 것은 4차례나 된다. 선발의 1회 실점은 팀 전체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그를 직접 지도한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는 "지난해 병현이를 지켜봤을 때 초반에 실점하고 나면 '이게 왜 안되지?'라는 답답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회 실점을 해도 '이런 게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해 바로 밸런스를 되찾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병현은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회 1실점했으나 5⅓이닝 3실점으로 크게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팀의 역전으로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성적은 7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4.30. 1회 피안타율은 2할2푼7리지만 2회에는 1할8푼2리, 3회는 1할3푼까지 점점 떨어진다.
이에 대해 김병현은 스스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3일 만난 김병현은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감이 온다. 이제는 이런 방법이 안되면 저런 방법으로 조금씩 바꿔가면서 통할 때까지 시도해본다"고 말했다.
그가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투구수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는 점이다. 김병현은 최근 3경기에서 7이닝, 7이닝, 8이닝을 던지며 마운드를 길게 지켰다. 이 코치는 "힘으로만 던지기보다 밸런스로 던지다 보니 투구수가 많아져도 피로도를 덜 느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강심장의 마무리 투수였다. 위기라는 압박감과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그보다 더 심하게 느껴봤던 선수는 프로야구에 드물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위기에서의 에이스 본능을 되찾고 있다. 실점 후 웃어넘기는 '시크함'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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