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한동민, 헛스윙하며 성장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4 10: 34

SK와 롯데가 위닝시리즈를 놓고 격돌한 지난 19일 문학구장. SK가 1-0으로 앞선 1사 만루 상황이었다. 마운드에는 롯데 에이스 쉐인 유먼이, 그리고 타석에는 SK의 새로운 중심타자로 거듭난 한동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기 초반의 승부처였던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먼은 승부를 까다롭게 했다. 한동민도 좋은 공을 기다렸다. 어느덧 풀카운트. 유먼이 마지막 공으로 높은 직구를 던졌고 한동민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3루의 롯데 팬들이 열광하는 사이 한동민은 고개를 푹 숙이고 1루측 덕아웃으로 향했다. 결국 후속타자 조성우까지 삼진을 당하며 SK는 점수를 뽑지 못했다. 한동민은 23일 문학 NC전을 앞두고 “그때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형들이 ‘그거 골라냈으면 우리가 이겼다’라고 하더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 타석이 한동민의 머릿속에 남는 이유가 있다. 최근 자신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한동민은 23일 현재 38경기에 나가 타율 2할9푼4리, 6홈런, 2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에서는 리그 공동 8위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2할2푼7리로 다소 저조하다. 한동민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한동민은 “너무 치고 싶다 보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민은 공격적인 타자다. 눈에 공이 들어오면 일단 방망이가 나가는 성향이다. 직구에는 자신감이 있기도 하다. 이런 공격적인 스윙이 때로는 독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한다. 한동민은 “자꾸 볼에 방망이가 나간다”라고 자책했다. 유먼과의 승부에서도 그랬다. 한동민은 “이점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런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2할대 초·중반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어느덧 3할을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거나 위축됐다면 결코 이렇게 치고 올라올 수 없었다. 게다가 한동민은 아직도 리그에 적응하는 단계다. 여전히 처음 보는 투수들이 많다. 헛스윙을 하며 얻는 것이 적지 않을 터다. 다 성장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된다.
한동민은 “첫 타석에서는 아무래도 볼을 많이 본다”라고 했다. 적응력도 뛰어나다. 보통 2~3번째 타석이 돌아오는 4~6회 한동민의 타율은 3할7푼3리에 이른다. 전체 타점의 절반(14점)이 이 때 나왔다. 한참이나 헛스윙에 대한 자책을 하던 한동민은 23일 문학 NC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헛스윙을 헛되지 않게 하고 있는 한동민이 점점 더 좋은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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