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윤석민, 대범하게 기다려야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05.25 08: 25

2005년 이후 한국야구에 걸출한 투수 네명이 탄생했습니다. 2005시즌 오승환(31. 삼성)과 윤석민(27. KIA)에 이어 류현진(26. 한화), 김광현(25. SK)이 한 시즌 차이로 프로에 데뷔해 우리 야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넷 중 류현진은 선발투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작년 11월 10일 메이저리그의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매 입찰)에서 LA 다저스 구단의 최고 입찰액 2,73만7,37달러33센트(한화 280억원)을 제시 받고 입단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사상 네번째의 고액이고 그동안 국내 선수로는 최고액입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개인 최다 7⅓이닝을 던지며 2실점으로 막고 시즌 5승2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60개, 10경기, 투구이닝 62⅔이닝으로 신인왕 후보에 오를만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이 해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자 팬들이나 야구인들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윤석민과 내년에 FA 자격을 얻는 오승환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큽니다. 마무리 전문 오승환은 작년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이지 않고 있어도 ‘돌부처’답게 자기 몫을 하고 있는 반면 윤석민은 그다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윤석민은 지난 4일 넥센전에서 처음 등판해 구원투수로 3과 2/3이닝 동안 1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지만 지난 22일 광주 한화전에선 선발 등판해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4⅓이닝 동안 투구수는 105개에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 패전투수로 부진했습니다. 결과는 한화의 3-1 승리.
지난 16일 광주 SK전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 선발등판이었는데 당시 윤석민은 5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올해 4경기 16이닝을 던지며 1승2패, 자책점 3.38로 기대보다는 못합니다.
패스트볼 구위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변화구는 원래 강한 패스트볼이 있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지만 이날 윤석민의 변화구는 위력이 없었습니다.
특히 체인지업이 밋밋했습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뒷받침해줘야 할 제3의 구종이 힘이 부족합니다.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팔 스윙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인 고속 슬라이더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컷패스트볼과 흡사한 궤적을 보일 정도로, 빠르고 급격히 휘었으나 이날은 너무나 '평범한' 슬라이더였습니다. 3회 이후 슬라이더의 스피드가 최고 140㎞까지 올라왔지만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현재 상태로 보면 팀의 우승을 위한 기여도 험난할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메이저리거로 진출할 가능성이나 가서 성공할 확률도 희박하게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선동렬 KIA 감독은 그의 부진한 모습에 대해 지난 해 시즌부터 있었던 오른어깨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고 스프링 캠프 때부터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체력이 달리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수는 많이 뛰어 지구력과 스태미너를 쌓아야 하는데 윤석민은 전지훈련 시 달리기는 물론 불펜피칭도 제대로 하지 못해 체력이 약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초 대표팀 선수로 대만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에서 출전해서는 실전에 적응할 수 있는 피칭훈련을 서너 차례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는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 책임감을 갖고 선발 투수로 등판해 4 1/3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2자책점) 1볼넷 2탈삼진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결과는 0-5패.
윤석민은 이날 경기에서 더 던질 수 있었지만 1라운드 한계 투구수 65개에 발목이 잡혀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고 한국의 1라운드 탈락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도 놓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어깨가 좋지 않은데다 WBC 후유증이 겹친 윤석민은 귀국 후에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체력이 달린 상태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초조하게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적으로 아직 충분합니다. 선동렬 감독은 "트레이닝 파트와 얘기했는데 앞으로 많이 던지면서 러닝훈련을 잘 소화하면 좋아질 것으로 본다.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다"고 전망합니다.
무엇보다 류현진처럼 대범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애틀란타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5볼넷 2실점을 기록하며 제구력 불안에 시달리며 1회를 제외한 매 이닝마다 선두타자를 내보냈습니다.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지친 모습을 보여 일찍 내렸다”고 말하고 주위에서는 체력 문제가 크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감독의 말대로 피곤했다고 이야기했으나 나중에는“땀이 많이 나긴 했어도 체력이 떨어진 건 아니다. 6회에도 더 던질 수 있었지만, 감독님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밝히고 “내 뒤를 이어 나온 투수가 점수를 내줘 승리가 날아갔지만 그들은 열심히 던졌다. 비난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면서 옹호하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류현진은 다저스 코칭스탭에서 그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해 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덤덤히 받아들이고 동료들과 어울리는데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이며 낯선 해외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윤석민도 류현진처럼 대범한 모습과 함께 차분하게 체력을 쌓는데만 힘을 기울여야 팀이 우승하는데 한 몫을 할 것이고 메이저리그에 가서 성공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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