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터. 롯데 우완 송승준(33)을 설명하는 말이다. 매년 시즌 초 계속되는 부진과 불운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올해만은 슬로 스타터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송승준의 세부성적을 보면 이닝소화가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그 외의 성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9번의 등판에서 1승에 그친 것은 불운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가장 아쉬운 경기는 지난달 17일 사직 넥센전으로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고도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렸다. 김시진 감독은 9회 동점이 되면서 송승준의 승리가 날아가자 그를 꼭 안아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4일 송승준은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전에 다시 등판했다.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도 승리를 놓쳤던 그 상대다. 이날 경기도 승리의 여신이 송승준에게 쉽사리 미소짓지 않았다. 득점지원은 단 2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승준의 공은 완벽에 가까웠다.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직구 최고구속은 145km까지 나왔고 올 시즌을 앞두고 장착한 투심 패스트볼도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커브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성공적으로 빼앗았고 잘 구사하지 않던 슬라이더로 강정호의 허를 찔러 병살 유도를 하기도 했다.
야수들은 수비에서도 송승준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5회 손아섭은 선두타자 김민성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으려다 공을 뒤로 흘렸다. 그 사이 김민성은 3루까지 갔고 송승준은 유한준의 내야땅볼 때 이날 경기의 첫 실점을 했다.
6회에는 황재균의 실책이 나왔다. 1사 1루에서 송승준은 강타자 박병호로부터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타구는 다소 느렸지만 더블 플레이를 노려볼 만한 상황, 하지만 황재균은 서두르다 실책으로 주자 두 명을 모두 살려줬다. 스코어는 2-1, 경기의 승부처였다.
여기서 송승준은 2루 주자 이택근이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는 행운을 잡는다. 이어 강타자 강정호에게 느린 커브를 던져 삼진을 빼앗아낸다. 승기를 잡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송승준의 호투헤 힘입어 롯데는 넥센을 2-1로 제압했다. 그리고 시즌 10번째 등판에야 송승준은 시즌 2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작년 송승준은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7승에 그쳤다. '무조건 다승'을 다짐하며 올 시즌을 시작한 송승준, 그의 승리행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cleanupp@osen.co.kr
목동=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