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은 쉽사리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다. 홈런을 친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선수들은 덤덤하게 녹색 다이아몬드를 돌고 안타를 쳐도 박수 몇 번으로 기쁨을 나타낼 뿐이다. 만약 극적인 안타를 친다면 그때는 좀 더 큰 몸짓을 한다.
가급적이면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선수들이 그 순간마다 느끼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한다면 그라운드는 세리머니의 장이 될 것이다. 때로 심한 몸짓은 상대팀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적절한 감정표현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까지 흥분하게 만든다.
롯데가 그랬다. 롯데는 24일 목동구장에서 선두 넥센과 맞대결을 펼쳤다. 안방에서 넥센에 3연패를 당했었기에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갈망과 집중력은 더욱 돋보였다. 9회 수비에서 나온 강민호와 정훈의 세리머니만 봐도 그랬다.

보통 수비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을 때 투수들이 자신만의 몸짓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강민호는 2-1로 앞선 9회 1사 1루에서 대주자 유재신의 도루를 저지하는데 성공한다. 타석에는 강정호, 만약 도루를 허용하면 경기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를 상황이었다.
발 빠른 유재신은 김성배가 투구에 들어가자마자 2루를 향해 뛰지만 이를 미리 눈치챈 강민호는 피치아웃을 한다. 그리고 그의 송구는 정확하게 유격수 신본기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자동 태그아웃. 유재신이 고개를 떨구는 순간 강민호는 뒤로 돌아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 내뻗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그 순간 기쁨의 세리머니를 한 건 강민호만이 아니었다. 강민호의 송구가 2루로 향할 때 2루수 정훈은 뒤로 백업을 갔다. 그리고 2루에서 유재신이 잡히자 자신이 마치 아웃을 시킨 것처럼 두 손을 하늘로 뻗어 기쁨을 발산했다.
경기 후 강민호는 상기된 얼굴로 동료들에게 "송구 어땠냐"며 확인을 했다. 사실 강민호의 정확한 도루저지 두 번이 승리를 가져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6회에는 1사 1,2루에서 이택근의 3루도루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이 "상대가 준비한 도루 유도에 걸려 두 번이나 실패한 것이 패인"이라고 할 정도로 승부에 결정적이었다.
정훈 역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마침 9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가기도 한 정훈은 유격수 신본기와 함께 도루저지 장면을 복기하면서 숙소로 돌아가는 짐을 챙겼다.
넥센전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기에 그들의 세리머니가 나왔고, 또한 경기에 집중을 하고 있었기에 그와 같은 몸짓이 그라운드에 펼쳐졌다. 롯데 선수단에 자리잡은 패기와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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