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MBC 일요일의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1부 '아빠! 어디 가?'와 2부 '진짜 사나이'가 하나로 통합된다. MBC 예능국은 내달 2일부터 '아빠! 어디 가?'가 끝난 뒤 광고 없이 곧바로 '진짜 사나이'를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일밤'은 '아빠! 어디 가?'가 끝난 뒤 '진짜 사나이'가 방송되기 전 약 12분 동안 MBC 자사 캠페인 광고를 비롯한 광고를 내보냈는데 이를 없애는 것. 이는 중간 광고를 없앰으로 해서 '아빠! 어디 가?'의 시청률을 그대로 '진짜 사나이'가 이어받는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빠! 어디 가?는 14.5%의 시청률을, '진짜 사나이'는 11.4%의 시청률을 각각 올리며 일요 예능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아빠! 어디 가?'에 비해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으로 보인다.
'일밤'과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KBS 2TV '해피선데이'('맘마미아', '1박2일')와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런닝맨')는 지금까지의 '일밤'과는 달리 독립된 두 개 코너를 연달아 방송해왔다. MBC 측은 광고수입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대신 경쟁 프로그램과 동등한 형식으로 경쟁하면서 시청률을 바짝 끌어올리기 위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경쟁프로그램을 보면 '맘마미아'는 5.7%, '1박2일'은 13.1%, '맨발의 친구들'은 4.4%, '런닝맨'은 14.5%의 시청률을 각각 올리고 있다. '일밤' 측이 1, 2부를 통합한 이유는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방송 초기 시청률을 회복함과 동시에 강력한 라이벌인 '1박2일'과 '런닝맨'을 견제하는 동시에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을 견인해 1, 2부 통합시청률에서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압도적으로 달려나가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사실 '아빠! 어디 가?'와 '진짜 사나이'를 론칭하기 전까지 '일밤'은 일요 예능의 골치덩어리로 MBC의 애물단지였다. '나는 가수다'의 인기가 하락하고 결국 폐지되면서 일요 예능을 포기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아빠! 어디 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진짜 사나이'를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었고 이마저 성공하면서 일요 예능의 시청률을 탈환할 수 있었다. MBC 측으로서는 내친 김에 이번의 통합으로 확실하게 일요 예능에 철옹성을 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는 셈이다.
MBC는 사실 일부 외주제작 드라마와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지난 몇년간 시청률에서 죽을 써왔다. 특히 지난 해의 방송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 이후 보도프로그램에서 신뢰도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한때 지상파 전체 시청률 1위의 명성이 영원히 물건너 갈 것처럼 회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얼마전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면서 전체 시청률이 살아났다.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와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시청률 1위를 내달리는 가운데 일요 예능 '일밤'이 확실하게 부활해 기사회생하고 있는 것. 토요예능의 절대 강자 '무한도전'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므로 전체적으로 봐도 MBC가 최근 몇년 새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이제 오후 8시로 옮긴 지상파 방송사의 '얼굴'인 저녁 뉴스만 살아나면 사실상 MBC의 숙제는 모두 풀린다.
한때 '드라마의 왕국'으로 불렸던 MBC는 민영방송 SBS의 출범 이후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 시절 SBS는 물론 KBS에게마저 밀려 표류했다. 하지만 외주제작드라마 담당 부서에서 혜안으로 작품을 잘 분류하면서 살아나 이제는 다분히 희망적이다.
더불어 '일밤'의 부활이 확실하게 MBC의 고질병의 완치를 도왔다. 이는 제작진의 진지한 고뇌와 시류를 읽는 열린 마인드에서 우러나온 현명한 선택에 근거한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SBS '런닝맨'은 초기의 부진을 끈기로 이겨냈으며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뛰어난 섭외력과 더불어 참신한 힐링의 코드로 예능의 흐름을 바꿔 놓고 있다. 또한 KBS2 '인간의 조건'이 힐링과 더불어 초심으로 돌아간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재조명함으로써 성공하자 MBC는 그 시류에 맞춰 '아빠! 어디 가?'를 내놨고 그 성공에 힘입어 '배우들'로 쓴맛을 본 월요 예능을 포기하고 금요일에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인간의 조건'과 비슷한 포맷의 '나혼자 산다'를 성공시켰으며 동시에 '진짜 사나이'까지 탄탄대로에 올려놓은 것.
오비이락이라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시기가 맞물려 MBC가 부활한 것은 확실하게 맞다. 하지만 굳이 연결시킬 필요는 없고 이는 파업과 그로 인한 일부 유명 방송인들의 퇴사 등으로 흉흉한 사내 분위기가 진정되고 각 담당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제작에 임하게 된 요인 등 여러가지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그 선두에 외주제작 드라마와 더불어 '일밤'이 있는 것도 맞다.
'일밤'의 1, 2부 통합이 중간 12분대의 광고를 포기함으로써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시청자들의 불편을 줄여줬다는 점 한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케이블TV로 재방송되는 지상파 방송 본방의 드라마를 시청하자면 중간에 수시로 삽입되는 광고 탓에 몰입도가 떨어져 채널을 돌리기 일쑤다. '일밤'도 마찬가지다. '아빠! 어디 가?'와 '진짜 사나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두 코너의 시청률이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는 중간 광고에 있었다.
하지만 중간 광고 없이 곧바로 '진짜 사나이'가 이어짐으로써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는 빈도를 줄여줄 것은 확실하다. 시청자는 '진짜 사나이'를 보고 싶지만 광고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리모콘을 돌리는 불편과 더불어 그 시작 시각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면 중간 광고를 포기하는 대신 앞뒤 광고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이는 버려야 더 많이 얻는다는 교훈에 충실한 제작진의 훌륭한 작전이다. 그릇을 비워야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다. 지금의 내용물에 집착한다면 충분히 더 얻을 수 있는 것을 획득하는데 실패한다. 어쩌면 MBC는 김재철 사장 퇴진 이후 아주 일반적인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