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부진을 딛고 자존심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채태인(31. 삼성)은 뜻하지 않은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23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그는 재활군에 합류해 컨디션 회복에 몰두하고 있다.
24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채태인은 "지금껏 야구하면서 허벅지 부상은 처음이다. 기분이 묘하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나도 왜 다쳤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최근 2년간 이렇게 출루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자주 출루하고 득점하다보니 그때 살짝 올라온 것 같다". 역시 채태인답게 재치 넘치는 대답이었다.
채태인은 22일까지 타율 3할8푼(92타수 35안타) 3홈런 19타점 16득점 3도루 맹타를 과시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타격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채태인은 그동안 타격할 때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 내리며 타이밍을 잡던 습관을 바꿨다. 다리를 들지 않고 타이밍을 잡으면서 정확성이 더욱 좋아졌다.

채태인에게 맹타 비결을 묻자 "특별한 건 없다. 예전에는 크게 휘두르기만 했었는데 올해부터 배트 중심에 맞추자는 마음으로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사실 말처럼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코치님들께서 '너는 타고난 힘이 좋으니 세게 치지 않아도 타구가 멀리 나간다'고 자주 강조하신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채태인은 최형우, 박석민과 함께 2008년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끈 주역. 최형우와 박석민이 해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채태인은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잇딴 부상과 부진 속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 시즌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 중이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모른다. 실력이 모자란 건 사실이다. 시즌이 끝난 뒤 좋은 성적을 거두면 몰라도 2년간 부진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건 함께 잘 하고 싶다. 형우와 석민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때 뒤쳐지니 비교되고 속상했다". 채태인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때 그는 현역 은퇴를 심각히 고민하기도 했었다. "내 실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가 싶었다. 내가 이만큼 무너졌구나 하는 생각에 은퇴까지 생각해봤는데 지금껏 내가 한 게 야구 뿐이었다. 야구말곤 할 게 없었다. 무엇보다 실패자로 남는다는 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아내는 항상 '당신이 힘든 건 죽음 만큼이나 싫다'고 말한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서는 둘이 힘을 합치면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당신 의견을 무조건 따르겠다'고 하더라.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아내를 만난 건 내 생애 최고의 행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채태인의 아내 김잔디 씨는지난 2년간 야구를 멀리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TV 중계를 지켜보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남편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게 그 이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예빈이와 아들 예준이 또한 "아빠 힘내요"를 외치며 채태인을 응원한다.
채태인은 "아내가 제일 좋아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사실 나 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아내가 제일 좋아하니까 정말 행복하다".
채태인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3할 타율, 20홈런, 100타점 같은 수치상 성적을 언급할 줄 알았으나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저 배트 중심에 맞추자는 마음 뿐이다. 그리고 어이없는 플레이 안 하는 게 목표다. 두 가지만 잘 지키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데뷔 후 단 한 번도 20홈런 고지를 밟지 못했던 채태인은 "20홈런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2009년 17홈런을 때린 뒤 30홈런까지 치고 싶었는데 나는 그런 타자가 아닌 것 같다"며 "프리배팅 훈련 때 100개 치라면 100개 칠 자신은 있지만 지금은 그저 배트 중심에 맞춘다는 생각 뿐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채태인은 "빨리 1군에 복귀해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 지난 2년간 야구장에 나가는 게 정말 싫었는데 요즘에는 즐거우니까. 곧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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