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는 침묵했지만 수비가 살아있었다.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31)가 공격 대신 수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추신수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벌어진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타율은 시즌 두 번째 경기 이후 44경기 만에 2할대(0.293) 하락.
하지만 추신수가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은 타격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한 중견수 수비로 신시내티의 7-4 승리와 함께 4연승에 일조했다.

추신수는 경기 시작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1회초 데이비드 데헤수스는 중견수 추신수의 키를 넘어 펜스 바로 앞 워닝트랙 앞까지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쳤다. 하지만 추신수가 침착하게 따라가 아웃시켰다. 이어 앤서니 리조의 뜬공 타구도 안정감있게 처리했다. 경기 초반 해가 지지 않아 햇볕이 내려 쬐는 상황이었지만 추신수의 수비에는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타구를 잡은 뒤 불펜의 팀 동료들과 몇 마디 나눌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2회초 1사 1·3루에서도 추신수의수비가 빛을 발했다. 다윈 바니의 잘 맞은 타구가 좌중간으로 향했고, 추신수는 재빠르게 타구를 쫓아가 공을 캐치했다. 다소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맞는 순간 위치를 포착한 추신수의 재빠른 움직임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5-3으로 리드한 6회초였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컵스의 네이트 슈어홀츠가 좌중간으로 뻗어나가는 타구를 날렸다. 타구의 위치도 어려웠지만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추신수는 빠르고 힘있게 타구를 향해 전력질주했고 글러브를 내미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을 캐치헀다. 신시내티의 홈관중들도 추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타격에서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추신수의 수비는 투수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즌 초반과 비교할 때 타구 포착부터 움직임과 집중력까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도 문제 없다.
현지 중계진도 "선수생활 대부분을 우익수로 뛴 추신수가 중견수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운동능력이 좋아 적응력이 빠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추신수는 호수비 이야기에 "그냥 잡은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뒤 시즌 초반과 비교한 수비력 향상에 대해 "이제는 잘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적응이 끝났음을 내비쳤다. 중견수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점도 시즌 후 FA가 되는 추신수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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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