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국제가수 싸이를 주차금지 표시 시설물로 막더니 이번엔 새총으로 섹시퀸 이효리의 컴백에 딴지를 걸었다.
KBS는 지난 24일 이효리의 신곡 ‘배드 걸스(Bad Girls)’ 뮤직비디오에서 학생이 선생에게 새총을 쏘는 장면을 문제 삼아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가수 싸이의 ‘젠틀맨(Gentleman)’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주차금지 안내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이 방송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의 끝에 방송 부적격으로 분류했다.
이는 ‘배드걸스’ 뮤직비디오가 SBS에서는 12세 이상, MBC에서는 전체 시청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튀는 결과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MBC와 SBS는 방송 적격 판정을 내렸다.

처음 KBS가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심의할 당시 보여줬던 절차상의 허술함은 결과에 대한 의문을 높이는 부분. 뮤직비디오심의위원회 7명 중 과반석을 채우지 못한 3명만이 심의에 나서는 등 자체 심의 규정 위반을 한 사실이 후에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 7명이 모두 참석한 재심의에서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항목만 적고 보면 상당한 폭력성이 수반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면 '코믹하게'라는 분위기 속에서 장난스럽게 묘사된 장면이다. 싸이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해 "준비된 소품을 가져다 썼던 것"이라고까지 해명했다. 짜여진 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효리의 뮤직비디오는 무조건 착한 척하면서 사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이상적인 여성상에 반기를 드는 내용이 담겨있다. '배드걸스' 뮤직비디오의 캐릭터도 이 연장선 상에 있다. 물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하극상은 문제지만 업무 태만에 자기 손톱 관리에 한창이 선생에게 새총으로 응징하는 장면을 사제 간의 도덕적 관념을 전복시킨닥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어찌됐든 이효리 측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수정본을 준비했다.
당분간 KBS에서는 싸이의 뮤직비디오 중 수정을 거친 일부 장면만 방송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는 뮤직비디오 중 문제가 된 일부 장면을 편집해 KBS에 재심의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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