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32)는 넣고 설기현(34)은 돕고, 인천 유나이티드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인천은 25일 오후 4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부산과 원정 경기서 전반 12분 이천수의 선제결승골과 후반 8분 이석현의 추가골, 종료 직전 디오고의 쐐기골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승점 23점을 기록하며 최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부산은 올 시즌 홈 6경기 연속 무패와 최근 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마감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월드컵 듀오의 활약이 빛났다. 공교롭게도 팀의 중추인 '캡틴' 김남일은 경고 누적 3회로 이날 부산 원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실상 인천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설기현과 이천수가 도맡았다.
둘은 정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기력으로 몸소 클래스를 증명했다. '아우' 이천수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전반 12분 한교원의 침투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부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이천수는 지난 2009년 5월 23일 성남 일화전서 골맛을 본 이후 1464일 만에 K리그에서 그물을 출렁였다. 이천수는 올 시즌 K리그에 복귀해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서 3도움을 기록 중이었다.
'형님' 설기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걷고 있던 후반 8분 중앙선에서 상대 수비수와 헤딩 경합을 이겨낸 뒤 페널티박스 안으로 질풍 같은 드리블을 선보였다. 이후 헛다리 도중 넘어졌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이석현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 추가골을 이끌어냈다. 부상 복귀 후 올 시즌 K리그 첫 공격포인트였다.
대미는 이천수가 장식했다. 2-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이천수는 칼날 패스로 디오고의 쐐기골을 도왔다. 홀로 1골 1도움을 기록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인천은 올 시즌 한일월드컵 3인방의 활약에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그 중심인 김남일이 없었으나 설기현과 이천수의 존재감 덕분에 실상 아쉬울 것이 없었던 인천이다.
월드컵 3인방을 앞세운 인천의 돌풍이 끝날 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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