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천재' 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가 1464일 만에 K리그 복귀골을 터트렸다. 긍정의 의미가 넘쳐난다.
이천수는 지난 25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부산과 원정 경기서 선발출장해 전반 12분 한교원의 침투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부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1호골. 지난 2009년 5월 23일 성남 일화전서 골맛을 본 이후 1464일 만에 K리그에서 그물을 출렁였다. 후반 막판에는 디오고의 쐐기골까지 도왔다. 이천수는 이날 경기까지 9경기에 나서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천수 개인으로 보나 소속팀으로 보나 마수걸이 골은 실상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그간 이천수는 도움을 기록하며 예열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고대하던 복귀골은 쉽사리 터지지 않았다. 골만 터진다면 금상첨화였다. 와중 아주 적절한 때에 골이 나왔다. 이날 골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었고,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골이었다.

이천수도 "복귀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골에 대한 심적 부담이 있었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도움을 올리고 있었지만 득점이 안나와 부담이 됐다"면서 "보이지 않는 압박도 있었다. 감독님이 '페널티킥은 네가 차라. 이제 네가 할 때가 됐다'라며 골에 대한 주문을 하셔서 부담이 됐다"면서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눈물이 나올법 했다. 이천수는 이날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눈물을 꾹 참았단다. 북한 대표팀 출신 공격수 정대세가 미리 한 세리머니라 안했다고 농을 던졌지만 어쨌든 이천수는 "오늘 골은 시작의 의미다. 내가 축구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골이다. 혹자는 꼭 '골을 넣어야 새로운 시작인가'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데 나한테는 오랜 시간 쉰 끝에 나온 골"이라며 복귀골 의미를 부여했다.
비단 이천수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골이 아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내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 팀들이 경기를 아직 끝내지 않았으나 상위권에 랭크하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중심에는 단연 이천수가 있었는데 그런 그가 복귀골로 자신감이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장착했으니 금상첨화다. 이천수는 "휴식기를 앞두고 후반기를 준비하기 직전 골을 넣었다. 후반기에 더욱 큰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골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도 더욱 불을 뿜게 됐다. 지난 시즌 인천 최다골 주인공 남준재는 올 초 9경기에 선발로 출장하는 등 10경기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공격포인트가 없다. 결국 동포진션인 이천수에 밀려 좀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경쟁자' 이천수의 골에 더욱 자극을 받았을 터. 김봉길 감독은 "김남일이든 설기현이든 누구든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남준재는 지난해 후반기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극을 받아야 한다"면서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하면서도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이천수의 복귀골,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골이다. 달콤한 휴식을 앞두고 있는 인천이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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