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모자랐다. 덕아웃 분위기부터가 그랬다”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25일 목동 롯데전을 앞두고 알 듯 모를 미소를 지었다. 넥센은 24일 목동 롯데전에서 1-2로 졌다. 내용이 아쉬웠다. 힘에서 크게 밀린 경기는 아니었지만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6회 이택근의 3루 도루 실패, 9회 유재신의 2루 도루 실패도 뼈아팠다. 염 감독은 “승리까지 1%가 모자랐다. 뭔가 모르게 덕아웃 분위기에서도 그런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염 감독의 말이 있은 직후. 넥센은 25일 목동 롯데전에서 9회 터진 김민성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역시 쉽지 않은 경기였다. 먼저 3점을 뽑고도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넘겨줬다. 타선은 3회 이후 침묵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양상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끝내 승리를 거두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차이점은 하나였다. 염 감독의 작전이 먹혔다. 작전이 부족했던 1%를 채워 넣은 셈이다.

넥센은 9회 선두 타자 강정호가 2루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후 서동욱의 볼넷, 그리고 김민성의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평범했다. 그러나 과정은 복잡했고 그 속에는 염 감독의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기민한 작전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결코 쉬운 끝내기는 나올 수 없었다.
염 감독은 무사 2루에서 대주자로 유재신을 넣었다. 전날 9회의 악몽이 있었던 유재신이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유재신의 주루 능력을 믿었다. 여기에 한 방이 있는 이성열을 빼고 대타 서동욱 카드를 꺼내들었다. 작전수행능력에서 이성열보다는 좀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서동욱은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 차례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으로 김사율을 괴롭혔다.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부담을 느낀 롯데 벤치는 결국 서동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진 김민성의 타석 때도 염 감독의 작전과 믿음이 빛을 발했다. 누구나 희생번트를 예상한 상황이었지만 염 감독의 선택은 반대였다. 김민성의 번트 자세와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런앤히트가 걸려 있었다. 롯데 내야는 갑작스런 강공 전환에 흔들렸고 결국 짧은 안타임에도 유재신은 여유 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넥센은 현재 삼성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즌 전 전망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선전 중이다. 사실 넥센의 객관적 전력은 공·수 모두에서 리그 정상급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모두 불안요소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타선도 중심타선의 장타력 외에는 변수가 있다. 그래서 염 감독의 작전은 더 가치가 있다. 기민하고 기발한 작전이 부족한 전력을 메우고 있다. 시너지 효과도 난다.
팀 내에 흐르는 믿음의 기류는 더 긍정적이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작전수행을 잘해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반대로 김민성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번트나 슬래시를 예상했는데 런앤히트가 사인이 났다. 감독님이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했다. 감사했다”고 감독에게 고마워했다. 믿음은 성공과 함께 더 굳건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넥센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더 견고한 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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