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타선이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른다. 김시진(55) 롯데 감독의 한숨도 계속되고 있다. 남모르는 속앓이도 심하다. 팀 내 좌타자들에 대한 고민인데 뚜렷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롯데는 팀 타율(.253), 팀 홈런(10개), 팀 장타율(.341) 등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홍성흔 김주찬이 FA로 떠날 때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정도가 심하다. 김 감독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말 그대로 벙어리 냉가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좌우놀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왼손 투수들이 나올 때는 팀 내 몇몇 왼손 타자들을 빼는 김 감독의 전술 때문이다. 실제 상대 선발이 왼손일 때는 왼손 타자인 김대우 김문호 박종윤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핵심 중의 핵심인 손아섭 정도만이 고정된 자리를 얻고 있다. 결과가 썩 좋지 못해 비판의 정도는 다 강해지고 있다.

김 감독이 좌우놀이의 신봉자는 아니다. 김 감독은 “왼손 타자라고 해서 왼손 투수에게 꼭 약한 것은 아니다. 왼손 투수 공을 잘 치는 왼손 타자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견고하게 고정된 라인업이 더 좋다는 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니 갈등이 생긴다. 팀 내 왼손 타자들이 왼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니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인데…”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 김문호 박종윤 김대우는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썩 좋지 않다. 김문호의 왼손 상대 타율은 2할5푼, 김대우는 2할6리, 박종윤은 1할2푼5리다. 세 유형(우완·좌완·옆구리) 중 왼손에 가장 약하다. 김 감독은 “왼손 투수들의 변화구에 잘 대응이 안 된다. 그런데 상대 투수들이 계속 변화구를 던진다”라고 원인을 짚은 뒤 김대우에 대해서는 “변화구만 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타자인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좋은 것은 세 선수가 왼손에 대한 약점을 떨쳐버리고 선발 라인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라인업에 넣기가 쉽지 않다. 성적이 썩 좋지 않은 롯데의 상황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넥센은 26일 선발로 좌완 앤디 밴헤켄을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박종윤은 25일 경기서 4안타, 김대우는 2안타, 김문호도 안타를 신고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어느 쪽일까. 26일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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