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감독 전성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야구인이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 자리인 ‘프로야구 사령탑’이지만 이제는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은 의자에 앉고 있습니다. 국내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감독이 프런트보다도 위에서 전권을 휘두르던 시대였습니다. 프런트는 감독들이 원하는 코칭스태프 구성, 선수 트레이드, 선수 스카우트 등을 열심히 지원하기에 바빴습니다. 선수단 구성 등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하던 아마야구 시절 감독들의 특성이 그대로 프로야구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적이 나지 않을 때는 구단들로부터 버림을 받는 감독들도 많았지만 유명 감독들은 한 번 전권을 잡으면 프런트보다 더 큰 힘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트레이드에서 감독이 앞장서서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식 구단운영을 지향하는 프런트들이 등장하면서부터 현장 감독들의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감독들이 원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을 들어주던 시대에서 프런트가 원치 않으면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시작한거죠.

그 탓에 권위주의적으로 팀을 쥐락펴락하던 감독들과 힘이 세진 프런트간에 마찰과 잡음도 많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프런트 우위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트레이드입니다. 구단 재산을 거래하는 선수 트레이드는 감독들의 현장 요청보다는 구단이 득실을 따져서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감독들이 프런트 뿐만아니라 팬들의 반응도 살펴야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팬들간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야구에 대한 의견교환이 많아지면서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식견이 높아졌습니다. 감독들이 ‘성적 지상주의’를 앞세워 ‘재미없는 야구’를 보여주면 가차 없는 비난이 쏟아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팬들은 ‘이기는 야구’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야구’도 함께 펼쳐주기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감독들이 이전에는 승리를 위해 경기 초반부터 번트 등을 구사하며 작전야구를 펼치기도 하고 점수차가 많이 나서 지는 경기에서는 다음 게임을 대비해 패전 투수나 후보 타자들을 내세워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요즘에는 그런 경기를 펼쳤다가는 비난을 받기 십상입니다. ‘경기에 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 팬들의 요구사항입니다.
특히 현장에서 관전하는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대패하더라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기를 펼쳐주기를 바랍니다. 최근 핸드볼 스코어가 나오는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경우나 승부처가 아닌 경기 초반 선취점을 위해 번트를 대는 경구가 나오면 팬들의 비난이 뒤따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한마디로 경기가 재미없으면 팬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종종 승률이 높은 팀이지만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면 관중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경기에 지더라도 호쾌하고 내용 있는 경기를 펼쳐달라는 것이 팬들의 주문입니다. 이제 감독들은 호성적으로 우승을 갈망하는 프런트를 만족시키는 한편 흥미진진한 야구로 팬들의 기대도 충족시켜줘야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감독들로선 성적과 함께 팬심도 잡아야하는 ‘이중고 시대’가 됐습니다.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들은 트렌드 변화에 부응해야 인정받으며 롱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감독들이 ‘이기는 야구’로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지는 경기가 많아지면 결국 감독으로서 실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팬들의 마음도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성적도 내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아야만 감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팬심을 붙잡아야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시대임을 감독들이 명심해야 합니다.
무작정 팬들을 위한 야구를 펼치는 것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 시대임은 분명합니다. 프로야구 뿐만아니라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 다른 종목도 비슷해진 현상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