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2'같은 수사물, 지상파 TV는 왜 못만들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5.26 09: 36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미국 드라마 'CSI'같은 수사물을 국내 드라마에서는 기대하기 힘든걸까.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 정도 규모의 웰메이드 수사물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1회당 제작비 예산이 미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다, 설사 큰 돈을 투자해도 이를 회수할 방안이 쉽지않다.
특히 지상파 3사TV의 경우 편성권을 가진 수퍼 갑의 지위를 활요해 갖가지 이권을 우선적으로 가져간다는 게 중소 제작사들의 하소연이다. 지상파 TV에서 편성 자체를 따내는 게 드라마 제작 여부의 1차 관건이니, 몇몇 특급 작가 빼고는 대부분 수퍼 갑에게 굽실거릴수 밖에. 
방영 당일도 아니고 방영 몇 시간전에 쪽대본이 나와서 초치기 촬영을 하는 제작여건 또한 드라마의 완성도를 심하게, 아주 심하게 떨어뜨린다. 여기에도 시청률 지상주의와 '막장 스토리=흥행 보증수표'의 아집에 빠진 기존 지상파TV들의 고루한 사고방식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을 수 십, 수 백가지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내는 재주를 가진 소수 특급작가에게는 갑자기 을의 자세로 돌변, 쪽대본이 난무하고 스토리와 출연 및 제작진이 중간에 확확 바뀌어도 만사 오케이다.
그래서 요즘 케이블로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뻔뻔한 지상파 3사 TV의 뻔한 프로에 싫증나고 지쳐서다. 물론 그 땅에는 지상파 TV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벗기기' 선정성 경쟁과 '베끼기' 표절 논란, 그리고 수준 이하의 엉성한 급조물들이 난무하지만 개중에 '뻔뻔하고 뻔한' 지상파 TV식 고정관념을 탈피해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와 열정으로 만들어낸 진흟 속 진주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다. 숨은 보물 찾기라니, 이 또한 재미있지 아니한가.
지난 해 '응답하라 1997'이 케이블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면 올 봄에는 정통수사물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 2'(이하 TEN 2)가 정통 수사물에 굶주린 시청자들에게 재회의 기쁨을 선사하는 중이다.
#TEN의 탄생은 OCN 드라마의 신기원이다 
'TEN' 시즌 1은 마지막 회 방영 때 순간최고 4%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 OCN, tvN 합산치)을 기록, 당시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았다. 수사물하면 'CSI'고 온갖 미드만 바라봤던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게 바로 TEN이었다.
TEN의 강점은 먼저 주상욱을 필두로 김상호 조안 최우식 등 연기력 만점의 개성파 배우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하모니를 들수있다. 귀공자 풍의 꽃미남 실장님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주상욱은 TEN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지훈 팀장 역을 맡아 또다른 매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김상호의 노련함이 뒤를 받치는 가운데 조안, 최우식도 자기 몸에 딱 맞는 배역으로 나래를 활짝 펼쳤다.
두 번째 TEN의 무기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드라마 완성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제작 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숱하게 자체 제작 드라마에 도전했던 OCN은 드디어 TEN으로 '드라마란 이렇게 만들어야되는구나' 감을 잡은 모양이다.
그 결과 'TEN 2'가 이어졌고 지난 주까지 3주 연속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19일 방송된 'TEN2'는 평균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케이블 유가구 기준 집계), 순간최고시청률 2.6%를 기록했다.
출연 배우들의 'TEN'에 대한 사랑도 여전하다. 거액의 출연 제의를 다 마다하고 'TEN'으로 들어온 의리파 주상욱은 매 회 대본을 10회 이상 정독하는 열성으로 촬영에 임한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 출연 및 제작진이 TEN 하나를 향해 끈끈한 애정으로 뭉쳐진 게 이 드라마의 최고 비밀병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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