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 전성시대, 퇴보일까 흐름일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5.26 10: 23

이 정도면 막장드라마 올림픽 수준이다. 요즘 안방극장이 누가 누가 더 자극적인 전개를 펼칠지 대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드디어 묵히고 묵혀왔던 출생의 비밀을 꺼내들었다. 초반 극악무도한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내세웠던 이 드라마는 중반부터는 꼬이고 꼬인 사각관계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지난 25일 방송된 41회에는 이세윤(이정진 분)이 사실은 세윤이 사랑하는 여자 민채원(유진 분)의 새 어머니 양춘희(전인화 분)의 아들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역시 톱스타 송미령(이미숙 분)이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이순신(아이유 분)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혼란을 겪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막장드라마의 대모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 역시 신작인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불륜으로 인해 발생한 복잡한 가계도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오로라 공주' 속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와 남주인공 황마마(오창석 분)의 가족들의 관계는 도무지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른다. 막장드라마 아니면 실패하기 딱 좋다는 인식까지 생겨버린 아침드라마의 황당무계한 전개도 이미 도를 넘었다. 

이 같은 막장드라마는 진부한 통속극에 출생의 비밀, 불륜 등이 더해져 보통 사람들의 상식 수준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행동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이며, 작가가 발로 썼다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개연성은 실종됐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의 시청률은 어김 없이 높다. 일명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되니 자극적인 전개로 중무장한 드라마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이후 어느새 이 같은 막장드라마는 흐름이 됐다. 1년에 1~2편 등장했던 과거와 달리 중장년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는 독하디독한 전개가 아닌 드라마가 없다. 때문에 인터넷에는 1분이면 누구나 쉽게 막장드라마를 쓸 수 있다며 비아냥 섞인 글들이 넘쳐나고 답답해서 TV 채널을 돌리는데 높은 시청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PD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막장드라마를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스타작가들도 점점 자극적인 드라마만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요즘 분위기에 대해 고민이 많다. 제 아무리 막장드라마가 한국 드라마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해도 시청률 때문에 새 작품을 만들 때마다 좀 더 강하고 튀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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