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의 번트, 희생도 물거품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6 20: 08

일반적인 상황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라면 그만큼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팬들을 놀라게 한 강민호(28, 롯데)의 번트도 그랬다. 그러나 끝이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강민호의 희생(?)은 물거품이 됐다.
롯데의 새 4번 타자로 낙점된 강민호는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번트를 댔다. 상황은 1-2로 뒤진 3회였다. 롯데는 선두 김문호의 내야안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4번 강민호였다. 전날까지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던(17타수 무안타) 강민호는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신고하고 기분을 냈다. 팬들의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강민호는 초구에 번트를 댔다. 작전이었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 정황상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강민호는 상대 투수 밴헤켄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자 번트 자세로 바꿨다. 여기에 강민호는 올 시즌 들어 단 한 번의 희생번트도 없었다. 번트가 낯선 선수는 아니지만 벤치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희생번트를 지시할 가능성은 낮았다.

방심한 넥센 내야의 허를 찌른 번트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강민호는 발이 느린 선수다. 코스가 아주 절묘하지 않은 이상 살기 힘들다. 결국 벤치 지시나 선수 판단에 의한 희생번트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 넥센 내야가 대비하지 못할 경우 자신까지 살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공산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웃됐지만 강민호는 주자를 진루시키며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첫 희생번트였다.
어쨌든 팀의 4번 타자가 번트를 댔다. 롯데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롯데는 올 시즌 답답한 타선에 고전하고 있다. 전날(25일)도 병살타 5개, 팀 잔루 9개를 기록하며 3-4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진루 확률이 너무 떨어진다. 결국 강민호의 희생번트는 기회를 이어가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 있었다.
벤치의 지시든 선수의 판단이든 문제는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사 2,3루에서 전준우는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비교적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갔다. 박종윤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밴헤켄의 대처가 조금만 늦었다면 중견수 방면으로 빠질 수 있는 타구라 아쉬움은 남았다. 결국 3회 점수를 내지 못한 롯데는 이후 무득점의 침묵을 이어갔다. 이를 감안하면 3회는 이날의 승부처였다. 강민호의 희생은 물거품이 됐고 롯데는 1-7으로 졌다.
skullboy@osen.co.kr
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