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농담삼아 나오는 말 가운데 'FA 로이드'가 있다. 흔히 FA를 앞둔 선수는 동기부여를 받아 좋은 성적을 기록한 사례가 많다. 그것은 FA 제도가 있는 한미일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FA 전 해를 가리켜 'FA 로이드(FA+스테로이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2013 시즌이 종료되면 역대 최고의 FA 시장이 열린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 각 구단이 '쩐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FA 자격취득을 앞둔 선수들에게 올 시즌은 계약금액을 결정할 시금석이 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많은 선수들이 시즌 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야수 최대어인 정근우(SK)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타율 3할과 20도루를 넘겼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지능적인 수비, 그리고 리더십까지 빠지는 곳 하나 없는 만능 선수다. 하지만 작년 연속 3할이 깨지더니 올해는 26일 현재 타율 2할5푼9리 3홈런 15타점 22득점 10도루를 기록 중이다.

정근우와 함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인 외야수 이용규(KIA)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타율 2할4푼4리에 6타점 34득점을 기록 중이다. 아무리 1번타자지만 타점이 너무 적다. 도루는 11개를 했지만 도루실패도 6개다. 이용규가 막히면서 KIA의 타선도 잘 안 풀리고 있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롯데)도 이들과 동병상련을 나눈다. 5월 들어 타격감을 끌어올렸지만 타율 2할4푼8리 1홈런 18타점 1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막 후 한 달은 너무 안 맞아서 고민도 많았던 강민호다. 또한 잔부상도 예년에 비해서 부쩍 늘었다.
우완 윤석민(KIA)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올해 성적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즌 초 출전하지 못했고, 복귀 후에도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8에 그치고 있다.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지만 피안타율(.290)이 너무 높아졌다.
이들 'FA 예비 최대어'들의 공통점은 WBC 출전선수라는 점. 모 구단 코치는 "WBC 출전은 선수나 구단 모두에게 도박과 같은 일이다.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과 한 시즌 계획을 짜고 선수들의 몸을 준비시킨다. 그런데 WBC에 출전한 선수들은 전지훈련 일수도 부족하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합을 맞출 시간도 부족하다. 어느정도 부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시즌은 30% 정도밖에 안 지났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기에 남은 시간동안 성적을 끌어올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각 구단은 앞선 8년동안 그들이 보여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조급함은 버리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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