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집안은 뭘 해도 잘 안 된다.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악수가 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되는 집안은 어떤 수를 둬도 술술 풀린다. 최근 넥센이 전형적인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전도 척척, 카드도 척척 들어맞는다.
넥센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공·수의 짜임새를 앞세워 7-1로 이겼다. 이로써 넥센(27승13패)은 이날 한화에 발목을 잡힌 삼성(27승14패)을 끌어내리고 선두에 복귀했다. 지난 24일과 25일에 걸쳐 당한 2연패에 분위기 저하를 우려했지만 곧바로 반등하며 이와 같은 시선을 깨끗하게 일축했다.
사실 선발 라인업에는 변수가 있었다. 넥센은 이날 주전 외야수이자 최근 리드오프 몫을 수행하고 있는 장기영이 빠졌다. 자신이 친 타구에 맞은 후유증 때문이었다. 이에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내야 자원인 김민우의 선발 좌익수 투입이라는 새로운 수를 들고 나왔다. 김민우가 2009년 이후 단 한 번도 내야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험이었다. 이 외에도 한 방이 있는 이성열을 빼고 오윤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공교롭게도 염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김민우는 이날 1번 타순에서 4타수 3안타를 쳤다. 4회에는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격의 선봉장과 해결사 몫을 모두 해냈다. 오윤도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이들이 넥센 타선에서 가장 빛난 선수들이었다.
넥센은 이미 작전야구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염 감독의 기민한 상황대처능력과 선수들의 전술수행능력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25일 경기에서는 3-3으로 맞선 9회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와 런앤히트 작전을 연이어 펼치며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비록 아쉽게 실패하기는 했지만 2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2루에 함정을 파 야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시도하는 것들이 생각대로 잘 풀리는 양상이다.
염 감독의 지략과 결단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구현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한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승리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염 감독도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 염 감독은 25일 경기 후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이 훌륭했다”라고 했고 26일 경기 후에는 “좋은 활약을 해준 벤치 멤버들의 활약으로 이겨 더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감독의 생각대로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넥센은 잘 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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