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의 투지, 잠자는 롯데 깨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7 06: 07

투지와 의욕, 그리고 부상이었다. 두 가지 키워드를 따로 떼어 본다면 후자에 더 큰 관심이 몰린다. 그러나 전자를 마냥 지나칠 수는 없다. 최근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는 롯데로서는 더더욱 새겨야 할 부분이다.
롯데는 26일 목동 넥센전에서 1-7로 지며 2연패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기에 부산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여기에 1패 이상의 악재도 있었다. 외야수 김문호(26)의 부상이다.
이날 선발 좌익수 및 2번 타자로 출장한 김문호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팬들을 아찔하게 했다. 2루수 방면으로 기습번트를 댄 김문호는 1루로 전력 질주했으나 상대 투수 앤디 밴헤켄의 태그 후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결과는 발목 부상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김문호는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1차 X-레이 진단 결과 뼈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발목이 많이 부어있어 27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등 정밀 진단을 받기도 했다. 큰 부상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결장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펜스에 부딪히며 발목 부상을 당한 이명기(SK)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명기 역시 붓기가 심했고 결국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어떻게든 살아나가고자 한 의욕이 부른 부상이었다. 기습번트 자체가 출루를 위한 선택이었다. 밴헤켄의 글러브에 태그된 이후에도 김문호는 끝까지 1루를 향해 몸을 던졌다. 스텝이 엉킨 상황에서 1루 베이스에 발을 뻗다보니 정상적인 착지가 안 됐다. 발목과 무릎에 충격이 온 이유다. 투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던 셈이다. 김문호까지 이탈할 경우 가뜩이나 외야 자원이 부족한 롯데로서는 전력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동료의 부상 장면을 코앞에서 지켜본 롯데 선수들은 투지를 불태울 수 있을까. 롯데는 최근 타선의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활발하게 나가긴 했지만 좀처럼 해결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쫓기게 되고 기도 죽는다. 뭔가 반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반전은 대개 의욕에서 시작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큰 부상이 아니어야겠지만 어쨌든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조짐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손아섭은 25일 3-3 동점의 시발점이 된 6회 3루 방면 내야안타 상황에 대해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했다. 강민호는 26일 1-2로 뒤진 3회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댔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해서든 기회를 이어가고자 한 몸부림이었다. 이런 의지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반등의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롯데는 28일부터 두산을 홈으로 불러들여 부진 탈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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