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진짜사나이', 군대가 이렇게 훈훈했던가?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5.27 07: 37

군 예능이 날로 인기다. 케이블채널 tvN ‘푸른거탑’에서 달궈놓은 군대 예능 포맷을 지상파인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사나이’)가 이어받아 인기를 끌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진짜 사나이’는 리얼 입대 프로젝트를 표방해 최초로 연예인들의 실제 병영체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많은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군대 예능이 내세우는 재미요소는 군필자에겐 프로그램을 통해 군대 이야기 공감과 추억을 주는데 있고, 그렇지 않은 미필자와 여성 시청자에겐 신선함과 대리 체험을 경험케 해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예능프로그램 특유의 과장된 웃음과, 훈훈함 강조로 실제 군 생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가 생겨날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진짜 사나이’에서 서경석, 류수영, 김수로, 미르, 손진영, 샘 해밍턴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산악포병여단 화룡대대에서 4박 5일간 포병으로 군 생활을 하는 세 번째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야외 취침 후 군대식 햄버거인 ‘군대리아’로 아침식사를 하고 생활관으로 복귀해 모포를 털고, 수기신호를 배웠으며, K-9 자주포 정비 등의 하루 일과를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군대리아를 맛있게 먹는 법, 수기신호를 응용한 클럽댄스, 장전봉을 조립하는 손진영의 어깨 들썩거림에 맞춰 모두가 흡사 조용필의 ‘바운스 바운스’의 리듬에 맞추는 듯한 모습 등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고참과 PX 나들이, 딱밤을 건 내기 탁구, 연애상담, 걸그룹 출연 TV 단체관람, 비상사태 훈련, 저녁점호 등 실제 군대에서 있을 법한 상황들이 연이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대처하는 ‘평화주의자’ 류수영, ‘공식 구멍’ 샘 해밍턴과 손진영, 경직된 모습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엠블랙 미르, 40대의 넉살로 무장한 김수로, 그리고 서경석 등은 같은 상황 다른 처신으로 군대 내 각각 다른 이등병들의 모습을 대변했다.
이런 모습들은 10여 년 전쯤 군 생활을 했던 기자를 비롯해 일부 군필자의 시선에서 보면 자칫 군 생활이 너무 편하게만 비춰지거나, 야영이라도 온 듯한 화기애애한 부대원들 분위기가 힘들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 장병들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해당 내용들에 대한 댓글에는 어김없이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실적인 부분도 많지만, 예능프로그램이다 보니 지나치게 재미와 훈훈함만을 강조해 군 생활의 리얼함도 떨어지고 자칫 군대를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확실한 건 실제 대다수 부대는 ‘진짜사나이’에 등장하는 것처럼 웃음이 끊이질 않거나, 훈훈함이 가득하진 않다는 거다. 자유에 제약이 심하고, 사회와 달리 강압되고 격리된 인간관계에서 서로간의 마찰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게 당연지사. 언제든 위급한 상황이 터질 수 있기에 상명하복(上命下服)에 철저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매사에 임한다. 이는 ‘진짜사나이’가 그리는 모습과는 다소 상반된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도 물론 일리가 있다. 하지만 ‘리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홍보에 발 벗고 나선 군대와 연계해 방송을 제작하는 만큼, 제작진은 이와 같은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더 고민하고 심사숙고해 방송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렇게 한다면 다수의 군필자들도 더 큰 공감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군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흡수하는 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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