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을 눈앞에 둔 포항 스틸러스가 3경기 연속 2실점을 기록하며 '체력저하' 극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포항은 지난 26일 오후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3 13라운드 홈경기서 신진호의 선제골과 조찬호의 2골, 배천석의 쐐기골을 더해 송창호와 이지남이 2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대구를 4-2로 물리쳤다.
단순히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포항은 이날 중요한 손님들을 초대했다. 창단 40주년을 맞이해 레전드 및 내빈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벌였다.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 13명 중 8명이 스틸야드를 찾아 후배들을 응원했다. 레전드 매치를 통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호흡했다.

울산전서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마감한 포항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시원스런 승리로 레전드 앞에서 잔칫집 분위기를 제대로 내고 싶었을 터. 결국 포항의 후배들은 대선배들에게 화끈한 승리를 선사했다. 이날 3경기 만에 승점 3점을 획득한 포항은 7승 5무 1패(승점 26점)를 기록하며 울산(승점 24)을 2위로 밀어내고 다시 선두로 뛰어올랐다.
귀중한 승점 3점 획득에, 창단 40주년 기념 행사의 성공적인 마감 등 모든 것이 계획했던대로 착착 맞아 떨어진 날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도 남겼다. 포항은 이날 2실점을 기록하며 3경기 연속 2실점 경기를 했다. 지난 부산전(2-2 무)을 기점으로 울산(1-2 패), 대구(4-2 승)전까지 연속 2실점 허용,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더욱이 대구는 이날 경기 전까지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1경기 2득점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12경기 7득점에 그쳤을 정도로 빈공에 시달리고 있던 팀이었다. 그런 대구를 상대로 포항이 안방에서 2실점을 내줬다는 점은 반드시 상기해봐야 할 문제다.
포항은 올 시즌 리그 13경기를 치르면서 1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리그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짠물 수비다. 특히 최근 2실점을 허용했던 3경기를 제외하면 10경기 6실점으로 단연 튼튼한 뒷마당을 선보였다.
이날 비록 1차 저지선 역을 하는 '캡틴' 황지수와 No.1 수문장 신화용이 부상으로 빠졌다고는 하나 실상 그게 다는 아니였다. 체력 저하에 발목이 잡혔다. "굉장히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선수들이 지쳐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 1/3이 지났는데 남은 일정이 우려스럽다"는 황선홍 감독의 말마따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한 후폭풍이 몰아쳤다.
체력 저하는 수비 집중력 부재로 이어졌다. 포항은 지난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ACL과 리그를 병행하며 무려 15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3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총 10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치렀다. 체력이 안 떨어지면 이상할 정도의 살인 일정이었다. 방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꿀맛 같은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포항은 내달 1일 제주를 상대한 뒤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간다. 6월 29일 인천전까지 약 4주간의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먼저 제주라는 마지막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제주만 넘으면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황 감독도 이점을 강조했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차출과 부상 선수들로 전력 공백이 있지만 어느 정도의 스쿼드나 경기 운영을 예상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제주전이 분수령이다. 마지막 1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잘 마무리한 뒤 휴식기 때 재정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