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맨친'은 타 예능 복제품? 신선함의 부재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5.27 08: 07

‘맨발의 친구들’이 방송인 강호동을 포함한 화려한 라인업과 과감한 해외 로케이션 촬영 등 다수의 강점을 가지고도 좀처럼 일요 예능 경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어디서 한 번쯤 봤을 법한 형식과 상황이 연출돼 신선함마저 떨어뜨렸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발의 친구들)’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위해 직접 돌새우 잡기에 나선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놓고 팀끼리 미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현중은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호감형 캐릭터로 거듭났으며, 윤시윤과 김범수도 각자의 위치에 몰입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강호동, 윤종신, 유세윤 등은 틈틈이 재미요소를 찾기 위해 분주히 애를 썼다.

하지만 돌새우를 잡으며 자급자족하는 모습은 자사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을 연상케 했으며, 비행기 탑승을 놓고 현지 시내를 뛰며 경쟁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떠올리게끔 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로부터 재미와 관심을 확보한 인기 예능프로다.
생활 밀착형, 生고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이 제목과 일부 출연진을 제외하면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인 셈. 게다가 비슷한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오히려 편집이나 구성 면에서 허술하기까지 해 비난 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막무가내식 미션과 진정성 없는 진행은, 결국 시청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재미가 없다’는 단독직입적인 반응부터 ‘출연자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것 같다’, ‘맨친 만의 웃음은 언제 생기냐?’, ‘리얼 프로그램답게 이끌라’ 등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 어린 지적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에서 멤버들 집을 무작위로 방문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멤버들의 집을 방문해 여행경비를 마련한다는 취지하에 진행된 ‘가정방문’ 특집은 주사위를 굴려 결정된 멤버 윤종신의 집을 예고 없이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집에 있던 아내와 세 아이는 무방비로 멤버 전원과 방송국 카메라를 맞아야 했다.
방송을 통해서 크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지만, 해당 촬영이 실제로 사전 연락이 전혀 없이 불쑥 방문한 상황이라면 이는 분명 시청자들도 인상을 쓰게 할 만큼 굉장히 무례한 경우다. 한 시청자는 ‘이번 멤버 집 찾아가는 미션은 정말 무개념에서 출발한 한심한 꼴불견’이라고 꼬집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게스트 이효리의 출연도 많은 이를 어리둥절케 했던 요소다. 예능에 능숙한 이효리의 투입은 메인 MC 강호동과 호흡을 맞추며 단기간의 재미효과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 겨우 6회를 진행하며 멤버 각자의 색깔이 자리매김하는 시점에서 게스트에게 많은 분량을 할애한 연출은 결국 ‘언발에 오줌누기’나 다름없다.
야심차게 첫 스타트를 끊었던 ‘맨발의 친구들’이 6회가 지나는 현 시점에도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낮은 시청률에 허덕인다 할지라도 타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아류작이나 유사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택하기보단 기존 기획과 자신들의 고유한 색을 하루빨리 찾아가는 게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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