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발진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불안했던 제구력도 안정감을 찾았고 부상에 대한 우려도 씻었다. LG 사이드암투수 신정락(26)이 선발투수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신정락은 지난 25일 잠실 SK전에서 개인 통산 최다인 8⅓이닝 투구수 121개를 기록했다. 야수진의 실책과 자신의 견제 미스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LG 김기태 감독 역시 26일 전날 신정락의 투구를 두고 “정락이가 120개의 공을 던지며 9회까지 마운드에 올라왔다는 게 크다. 앞으로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고 리드를 내준 것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부분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 신정락의 보직은 선발투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2010년 입단 당시에도 선발투수보다는 LG의 차세대 마무리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대학 시절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막강한 구위로 상대를 압도, 임창용 같은 특급 클로저의 모습을 그려왓다. 하지만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1군 경기서 인상적인 구위를 뽐냈지만 발목 부상을 시작으로 부상과 부진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점점 1군 마운드와 멀어졌다.

지난해 이맘때쯤 신정락은 군입대를 마음먹고 3년 후를 기약, 2군에서 투구폼 수정에 들어갔다.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마음대로 공이 가지 않았기에 제구력을 다잡기 위한 방책이었다. 팔을 내리고 투구폼을 바꾸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2군 경기 선발 등판도 했다. 신정락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바꾼 투구폼으로 처음 실전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공이 잘 갔다. 컨트롤이 되니까 이대로라면 타자와 승부할 수 있다고 느꼈다. 투수 코치님과 상의했는데 코치님께서 일 년 더 해보자고 하시더라”고 밝힌 바 있다. 투구폼 수정과 함께 선발투수 변신을 다짐한 순간이었다.
변화는 신정락에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올해 전지훈련부터 시범경기까지 팀에서 가장 좋은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선발진 합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개막 후 매 경기 더 나은 투구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4월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5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첫 선발승을 거뒀고 이후 지난 25일 경기까지 선발 등판 때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중이다. 투구폼은 간결해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구위는 막강해지고 있다. 신정락은 “바꾼 투구폼에 적응이 된 것 같다. 이전에는 제구를 잡기 위해 살살 던졌는데 이제는 세게 던져서 구위를 강하게 할 수 있다. 지금 투구폼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25일 선발 등판과 관련해선 “견제 미스를 한 것과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지 못한 것, 두 가지가 아쉬웠다”면서 “당시 1루 견제는 벤치 사인이었다. 주자를 잡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던지기 전 주자의 리드폭이 넓어서 잡아야한다고 봤다. 나도 모르게 1루 베이스 쪽이 아닌 주자를 보고 던졌는데 그래서 에러가 나온 것 같다. 9회 마운드에서 내려왔는데 완투는 못했어도 몸에 이상이 없었다. 보통 이정도 던지면 하체 쪽이 힘들었는데 악력이 약해진 것 외에는 괜찮았다.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도 120개 정도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정락은 “항상 부상과 제구력이 문제였다. 근데 이제 둘 다 해결되고 있다. 선발투수를 하고 있는 게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불펜에서 급하게 워밍업 하다가 몸에 이상이 오기도 했다. 제구는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설정해 상대 타자들의 스윙을 유도하는 식으로 잡고 있다.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선발투수로 끝까지, 풀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LG는 26일 경기에서 불펜 필승조를 모두 투입, 팽팽한 투수전 끝에 9회말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다. 전날 신정락의 역투로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한 게 이날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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