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최고참들이 노력하니 후배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파비오 감독 대행이 지휘하는 전북 현대는 지난 26일 춘천종합운동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강원 FC와 원정경기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6승 3무 3패(승점 21)를 기록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두 포항 스틸러스(승점 26)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전북은 다음달 1일 부산 아이파크와 홈경기서 승리할 경우 리그 3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이날 경기는 전북에 힘든 경기였다. 비록 상대가 리그 12위에 머무르고 있는 강등권의 강원이기는 했지만, 전북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은 주중 경기서 일본까지 원정을 떠나 2-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정신적인 면은 물론 육체적인 면에서 모두 피곤한 상황이었다.

전력 이탈도 많았다. 주축 미드필더 김정우와 서상민, 정혁은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박희도와 임유환, 김신영까지 다치면서 강원 원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공격진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포 이동국의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경기 전 전북의 한 관계자가 선발로 출전한 이동국을 보고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고 들었는데 걱정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동국은 걱정을 환호로 바꾸었다. 이동국은 전반 37분 레오나르도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 대 일 기회를 잡아 감각적인 칩슛을 선보이며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었다.
이동국의 이와 같은 활약에는 이유가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팀의 고참으로서 팀이 힘들 때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는 희생정신에서 나온 활약이었다. 파비오 대행은 "이동국을 비롯해 최은성과 김상식 등 팀의 고참들이 나서서 AFC 챔피언스리그가 끝나고 후배들을 격려하고 K리그 클래식에 집중하자고 말을 했다"며 "강원전에는 이동국과 김상식을 데려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둘이 직접 찾아와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참들이 그런 자세를 보여서 다른 선수들이 더 열심히 따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이동국과 최은성은 물론 비골이 골절됐음에도 뛰고 있는 김상식을 보고 선수들은 뛰고 또 뛸 수밖에 없었다. 주중 경기의 후유증과 30도를 넘는 기온은 전북 선수들을 괴롭혔지만, 최고참들의 솔선수범에 선수들은 힘을 얻었다. 특히 골키퍼 최은성이 상대의 슈팅을 막다가 손가락이 탈골되는 것을 본 전북 선수들은 더욱 경기에 집중했다.
이날 2골을 터트림과 동시에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며 전북의 승리를 이끈 정인환은 "형들이 노력하시는 만큼 밑의 선수들이 지원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형들이 리드를 하는데 있어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후배들끼리 노력하자고 말을 하며 팀을 희생하는 형들을 본받자고 계속 말했다"며 고참들의 솔선수범이 승리의 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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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