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33)에게 불운이 덮쳤다. 빅리그 데뷔 후 최고 피칭을 펼친 날 부상이 재발됐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지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다시 이 명단에 오르게 됐다.
후지카와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서 구원등판, 1⅔이닝을 안타없이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평균자책점도 6.10에서 5.25로 대폭 낮췄다.
4-4 동점이 된 8회말 컵스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후지카와는 첫 타자 토드 프레이지어에게 초구 91마일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투구 이후 재빨리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며 직접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았다.

이어 재비어 폴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바깥쪽 높은 93아밀 패스트볼로 3루 땅볼을 잡아냈다. 3루수-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타구였지만, 컵스 3루수 루이스 발부에나가 몸을 날려 잡은 뒤 정확한 송구로 후지카와를 도왔다.
호수비에 힘을 받은 후지카와는 라이언 해니건과도 7구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94마일 몸쪽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9회말에도 첫 타자 로널드 루츠를 94마일 패스트볼로 헛스윙 3구 삼진 처리하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추신수를 맞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7구째 93마일 패스트볼이 그만 추신수의 몸을 맞히고 말았다. 후지카와는 잭 코자트를 포크볼로 2루 내야 뜬공 처리했으나 조이 보토와 6구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해 결국 2사 주자 1·2루에서 마운드를 케빈 그렉에게 넘겼다. 총 투구수 35개, 최고 구속 94마일.
사사구 2개를 내줬지만 빅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투구수를 던지며 위력적인 피칭으로 존재감을 뽐낸 후지카와는 그러나 마운드를 내려올 때부터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오른 팔 통증이 재발된 것이다.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카를로스 마몰의 부진을 틈타 마무리로 승격된 그는 뜻하지 않은 팔뚝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같은 부위 통증이 재발된 것이다.
후지카와는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후 이날 포함 7경기에서 1패를 있지만 7⅔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17의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팔 부상 재발로 암운이 드리웠다. 당장 28일 부상자 명단에 오를 예정이다. 경기 후 데일 스웨임 컵스 감독은 "같은 곳을 다친 것 같다"고 밝혔고, 후지카와도 "통증이 생겼기에 어쩔 수 없다. 충격이 있지만 트레이너와 잘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지를 찾은 일본 취재진도 후지카와의 부상에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불운이 겹치는 후지카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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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