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아주 좋더라".
신시내티 레즈 외야수 추신수(31)가 일본인 투수에 강한 면모를 변함없이 이어갔다. 추신수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2타수 무안타에 고의4구와 몸에 맞는 볼 포함 사사구 3개를 골라냈다.
이날 경기 추신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9회말 마지막 타석 일본인 우완 투수 후지카와 규지(33)와 맞대결이었다. 4-4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추신수는 후지카와와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후지카와의 힘있는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스플리터 그리고 추신수의 선구안와 배트컨트롤이 정면충돌했다.

결과는 몸에 맞는 볼. 후지카와는 93마일 강속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유인했지만 추신수는 쉽게 당하지 않았다. 7구째 93마일 패스트볼이 결국 몸쪽으로 파고들었고, 추신수가 몸을 틀어 피해보려 했지만 오른팔 부근을 맞고 출루했다. 추신수는 1루에 나간 뒤에도 끊임없는 스킵 동작으로 후지카와 견제구를 받으며 괴롭혔다.
경기 후 추신수는 후지카와와 맞대결에 대해 "공이 아주 좋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구로 출루했지만 상대 투수의 위력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공에 힘도 있고, 스플리터가 좋았다. 자신감 갖고 자기 공을 뿌리는 점도 좋아보였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후지카와는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1⅔이닝을 던지며 안타없이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지난달 팔뚝 부상이 재발돼 28일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를 예정이다.
추신수는 유독 일본인 투수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인 투수 상대 통산 성적이 39타수 12안타 타율 3할8리 2홈런 4타점. 삼진 10개도 있지만, 볼넷 5개와 사구 1개를 더해 출루율은 4할이다. 2루타 2개를 포함해 장타율 역시 0.513이며 OPS도 0.913에 달한다.
특히 마쓰자카 다이스케에게는 홈런만 2개를 터뜨렸고, 구로다 히로키(0.286)와 이와쿠마 히사시(0.200)에게 2안타, 다르빗슈 유(0.500)에게 1안타를 뽑아내는 등 일본 투수 중에서 유독 일본 특급선수들에게 잘 치며 '일본 킬러'의 면모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일본 투수들에게 강한지 잘 몰랐다"며 "처음에만 하더라도 일본 투수를 의식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 투수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예전에만 그랬지, 이제는 메이저리그 한 팀의 투수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곳에서 일본 투수들만 11명이나 상대하며 45차례나 승부를 벌인 경험 많은 메이저리그 베테랑이다. 더 이상 그에게 한일 투타 맞대결이라는 내셔널리즘을 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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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