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현역에서 은퇴한 로비 로저스(26, 미국)가 프로축구 무대에 돌아왔다.
복수의 미국 언론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로저스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갤럭시와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로저스는 같은 날 열린 시애틀 사운더스와 경기서 4-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32분 출전,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행위)한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프로 팀스포츠 공식 경기에 나선 선수가 됐다.
경기장에 나선 로저스는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2만 4811명의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고 랜든 도노반을 비롯한 팀 동료들도 로저스를 이해해줬다. 도노반은 "스포츠계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마초적인 문화에 잠식되어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희망적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고, 로저스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선수로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는 뜻을 전했다.
로저스는 "그 어떤 압박도 없었다"며 "나 자신과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다"고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기쁜 소감을 전했다. 로저스는 지난 2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하고 축구계를 떠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난 25년간 난 공포에 떨며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비밀을 알고난 후 달아날 것 같아 두려웠으며 내 꿈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축구는 나의 유일한 탈출구였고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자 정체성이었다. 축구를 함으로써 내 비밀을 감출 수 있었고, 또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얻었다"고 축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로저스는 "MLS컵과 베이징올림픽, 그리고 나와 함께 뛰었던 모든 동료를 기억할 것이다. 또 내 비밀을 알고도 지지해준 친구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전하며 축구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국 축구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은 물론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돼 A매치 18경기 2골을 기록하며 미국의 전도유망한 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린 로저스는 2007년 잉글랜드 무대로 이적했다. 챔피언십(2부리그)의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2년 동안 뛴 로저스는 2012-2013시즌 리그1(3부리그) 스티버니지에 임대됐다가 커밍아웃 후 LA갤럭시와 함께 훈련을 계속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계약을 맺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