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적으로’, 홍성흔 부산 나들이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28 06: 18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프리에이전트(FA) 이적생이었다. 그와 함께한 4년 간 전 소속팀은 매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가을야구의 추억을 선물했다. 두산 베어스로 다시 돌아온 홍성흔(36)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1999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2008시즌까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홍성흔은 FA 자격을 얻은 후 롯데로 전격 이적했다. 프로 선수로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에 가는 것은 경제 원리로 보면 당연한 이치지만 워낙 팀 컬러 구축에 큰 역할을 했던 선수인 만큼 당시 두산 팬들의 충격이 컸다.
이적 첫 해이던 2009시즌 초반에는 슬럼프에 빠졌으나 이내 자기 페이스를 찾은 홍성흔은 첫해부터 3할7푼1리(2위)의 고타율로 공헌했다. 2010시즌에는 손 골절상 여파에도 3할5푼 26홈런 116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타격 성적을 기록했으며 2011시즌 3할6리 6홈런 67타점, 지난해 2할9푼2리 15홈런 74타점으로 활약했다. 롯데 4년 간 성적은 통산 3할3푼 59홈런 321타점. 역대 FA 이적 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기 충분했다.

그가 이제는 데뷔팀 두산의 유니폼을 다시 입고 있다. 타격 성적 뿐 아니라 라커룸 리더로서 가치를 인정한 두산이 롯데가 FA 자격 재취득 시 보장해주지 못했던 4년의 시간을 홍성흔에게 투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성흔은 올 시즌 40경기 3할6리 4홈런 34타점(27일 현재)으로 여전히 좋은 활약을 선보이는 중이다. 우리 나이 서른 일곱의 타자임에도 그는 두산의 4번 타자로 붙박이 출장하며 중심 타선을 지키고 있다.
일정 상 늦은 감이 있으나 홍성흔의 올 시즌 사직구장 출장은 이번이 처음. 28~30일 사직 롯데 3연전이다. 28일 경기가 우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어쨌든 사흘 내내 비가 오지 않는 한 홍성흔은 3루측 더그아웃에서 1루측 롯데 안방 팬들을 지켜보게 된다. 이적 전에도 이적 후에도 그는 “내게 프로 선수로서 가치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롯데 팬에게 감사함을 보여줬다.
 
"만약 사직 원정을 갔을 때 내 타석 기회가 오면 팬 분들이 환호는 아니더라도 잘 반겨주시지 않을까 싶다. 롯데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우승은 못해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도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고 본다. 물론 싫어하시는 팬들도 계시겠지만 그 때는 함성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모자를 벗고 1루 측에 인사를 드렸을 때 함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제2의 고향에서 인사를 해야 한다. 부산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덕분에 내가 이렇게 성장을 했으니까."
그렇다면 홍성흔의 롯데 시절 사직구장 성적은 어땠을까. 4년 간 홍성흔은 사직을 안방 삼아 3할4푼5리(797타수 275안타) 24홈런 138타점을 올리며 당시 주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2008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서는 1할2푼9리(31타수 4안타) 4타점으로 부진했다. 멘탈 게임인 야구임을 감안하면 올 시즌 롯데 안방 관중 급감현상이 다시 사직을 찾은 홍성흔에게 어떤 변수가 될 지도 주목할 만 하다.
휴식기를 거쳤으나 두산은 최근 투수진 침체 현상으로 인해 주춤하며 위기 상황에 있다. 롯데도 최근 2연패와 함께 좀처럼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채 중위권 지층을 형성 중. 다시 사직구장 타석에 들어설 두산 4번 타자 홍성흔은 팀을 도울 것인가. 아니면 롯데의 견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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