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1시간이었다.
느와르액션멜로를 표방한 JTBC 새 월화드라마 ‘무정도시’(극본 유성열, 연출 이정효)가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드라마는 홍보 당시부터 장르를 자신 있게 내세운 만큼 곳곳에서 피가 튀고 격렬한 격투신을 수차례 등장시키며 시청자를 1시간 동안 범죄세계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로 인도했다.
'무정도시'는 마약조직을 무대로 활동하는 언더커버와 그들의 정체를 모른 채 쫓는 경찰들간의 대결을 그리는 작품. 1회분에서는 경찰대원과 마약조직원으로 인물들을 크게 나눈 가운데, 엘리트 마약수사과 특수부 과장 지형민(이재윤 분)과 그의 연인이자 같은 경찰조직에 몸담고 있는 경미(고나은 분)가 범죄조직 저울파를 급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직에 쿠테타를 일으킨 중간 보스 정시현(정경호 분)의 돌발 행동이 극 막바지에 등장하며 갈등의 점화와 함께 스토리의 시작을 알렸다.

무자비한 범죄조직과 이에 맞서는 경찰조직을 그린 만큼 드라마는 첫회부터 폭력과 선혈이 낭자했다. 골프채로 사람을 죽지 않을 만큼 패는 저울파 보스와, 그에 뒤지지 않게 용의자를 취조하는 경찰의 모습은 폭력성에 있어 수위가 꽤 높았다.
영상미를 강조한 장면 또한 다수 등장했다. 시현이 쿠테타를 일으키고 스무 명이 넘는 조직원을 춤을 추는 듯 유려한 움직임으로 단번에 제압하는 씬은 공들여 찍은 영화를 방불케 하는 영상미를 자랑하며 느와르 장르의 쾌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순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정경호의 연기 변신 또한 눈에 띄었다. 어린 시절부터 조직세계에 몸을 담은 저울파 중간 보스 정시현으로 분한 그는 몸에 꼭 맞는 날렵한 슈트 차림과 아이라인이 짙게 그려진 그윽한 눈빛으로 캐릭터의 냉혈함을 그럴법하게 소화했다. 액션을 펼치며 힘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 또한 그가 이 캐릭터의 옷을 어울리게 입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쿠테타를 일으킨 시현의 냉철하고 과감한 행동과 달리, 그가 맞서 싸우는 저울파 행동대장의 모습은 지나치게 허술했다. 동네 불량배를 연상시키는 외모나 배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약한 면모는 마약조직 행동대원을 도무지 연상할 수 없는 구멍 중에 구멍. 이는 팽팽하게 조여진 극의 긴장감을 생각지도 못한 빈틈을 통해 저하시켰다.
그럼에도 '무정도시' 1회는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한회였다. 앞으로의 관건은 느와르액션장르의 느낌을 살려 이 같은 과감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로 보인다. 종합변성채널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살려 지상파가 못하는 시도를 과감하게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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