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상어', '부활'·'마왕' 잇는 명품 될까?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5.28 07: 25

드라마팬들 사이에서 명품(名品)으로 불리는 ‘마왕’, ‘부활’의 신화가 ‘상어’를 통해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상어’는 '부활', '마왕'을 잇는 김지우-박찬홍 콤비의 복수 3부작 완결편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김지우 작가의 탄탄한 극본과 박찬홍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기대되는 드라마다.
지난 27일 베일을 벗은 이 드라마는 이수(김남길/연준석 분)와 해우(손예진/경수진 분)가 학창시절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리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상어’는 첫 방송에서 이 같은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재회한 뒤 애증의 눈빛을 교차하는 장면을 등장시키며 앞으로 펼쳐질 비극적 전개 또한 암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이나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상어’ 첫 방송이 다소 지루했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본격적인 갈등에 앞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학창시절로 돌아간 이수와 해우의 관계가 감성적으로는 그려졌으되 밋밋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이는 미리 예견된 사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이 바로 김지우-박찬홍 콤비의 색깔이기 때문. ‘부활’과 ‘마왕’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다소 느릴지언정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사건의 단서를 끈질길 정도로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래서 다소 발동이 늦게 걸릴 수 있지만, 이렇게 쌓아올린 개별의 단서들은 일정 수준을 지나면 폭발적인 파괴력으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특징을 갖는다. ‘부활’과 ‘마왕’에 대한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는 이 같은 느리지만 치밀한 전개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이날 ‘상어’가 집중한 것도 앞선 작품의 전개들과 다르지 않았다. 부모의 불화로 상처 받은 해우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이수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비롯해, 앞으로 이들에게 닥칠 사건을 제공할 부모 세대의 갈등이 해우의 가족들을 통해 싹을 내비쳤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명확한 갈등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게 이날 ‘상어’의 선택이었다.
갈등 구조의 빈자리를 채운 건 유려한 영상미였다. ‘상어’는 이날 김지우-박찬홍 콤비의 전작에서는 볼 수 없던 감성으로 가득한 영상을 선보였다. 이 같은 화면은 특히 1회가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채워졌기에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김지우-박찬홍 콤비의 색깔은 유지하되 변화도 감지됐다. ‘부활’·‘마왕’과 같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은 이제 막 초석을 놓기 시작한 ‘상어’의 헤엄을 좀 더 기다려줘야 가능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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