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가 주인공 장옥정(김태희)의 본격 악녀 변신에 시청자들을 유입한 모습이지만, 초반 설정됐던 장옥정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장옥정이 조선시대 최초의 패션디자이너였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여인으로서의 삶과 꿈을 재조명할 예정으로 시작됐다. 실제로 극 초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새롭게 접근한 장옥정이 기존의 장옥정들과 큰 차별점을 지녔던 것이 사실이다. 제작 관계자 역시 침방 나인이었던 장옥정의 생에 대해 주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과 사랑에 있어 신분 때문에 수난을 겪은 장옥정이 드디어 야욕을 품고 악녀로 변신함에 따라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조용히 묻힌 모양새다. 물론 옷을 만들던 침방 나인에서 이제는 왕의 여자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도 결국 '낚였다'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그간 많은 드라마들이 주인공들에게 그럴 듯한 직업을 만들어주며 제대로 된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그것을 병풍 역할에 그치게 할 것을 상기할 때 또 한 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국 극 초반 전개는 장옥정의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 조명이 아닌 옥정의 악녀 만들기에 대한 '떡밥'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장옥정'는 새로움이 씻기며 다시 시청자들이 숱하고 지겹게 봐 온 오리지널 장옥정 버전으로 돌아갔다.
물론 장옥정이 독해진 만큼 더 자극적이고 재미가 있고 이와 함께 시청률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뭔가 기존과 다른 새로움을 줄 수 없다면 2013년 장옥정은 무의미하다고도 봐야 하 것이다.
지난 27일 방송에서는 장옥정이 인현(홍수현)이 불임이라는 사실과 함께 대비(김선경 분)가 아직 낳지도 않은 자신의 아들을 빼앗으려하는 음모를 알고 분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장옥정이 인현을 중전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삼켜 누명을 씌우는 장면, 자식을 낳더라도 중궁전에 바쳐야 한다는 말을 듣고 중전이 될 독기를 드러내는 등의 모습이 전파를 타며 기존 장옥정들을 재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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