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KIA 내야수 김주형은 만년기대주라는 말을 싫어한다. 입단후 10년째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입단 이후 단 한번도 풀타임 주전을 맡지 못했다. 김성한 전 감독을 비롯해 KIA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들이 그의 잠재력에 모두 관심을 기울였고 기회를 주었지만 종국에는 실망했다.
선동렬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작년 기회를 주었지만 김주형이 잡지 못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는 애리조나 1군 캠프에서 48시간이 걸리는 중국 2군 캠프로 보냈고 다시 일본에 불러들였다. "절실함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개막이 되자 1군의 자리는 없었다. 김주찬의 영입과 함께 외야진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연쇄적으로 김주형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런데 김주찬 부상, 김상현 이적, 그리고 신종길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선 감독은 지난 23일 1루 붙박이던 최희섭이 피로증세를 호소하자 김주형을 불러 올렸다. 개막 50여일만의 승격이었다.
곧바로 한화와의 경기에 9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전해 2개의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NC와의 3연전까지 4경기에서 안타를 터트렸다. 특히 지난 26일 NC와의 3차전에서는 0-1로 뒤진 4회말 역전 2타점 2루타를 날렸고 추가점을 뽑는 희생플라이를 날려 싹쓸이 패전위기에서 팀을 건져냈다.
1군 승격후 4경기에서 14타수 6안타, 타율 4살2푼9리, 2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승이 모두 김주형의 방망이에서 비롯됐다. 모처럼 김주형이 좋은 흐름을 탔다. 김주형이 제몫을 하자 최희섭도 휴식을 취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NC와 3차전에서 3경기 연속 침묵을 깨고 2안타를 날렸다.
선동렬 감독은 김주형이 이번 기회를 잡기를 바라고 있다. 팀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주형이 만일 1루수로 자리잡는다면 최희섭을 지명타자와 1루수로 번갈아 기용하면서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내년부터는 아예 1루를 김주형에게 맡길 수도 있다. 과연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오로지 김주형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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