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 3사 예능프로그램의 흐름이 먹방(먹는 방송)과 관찰, 그리고 생고생 세 가지 키워드로 모아지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먹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하나하나 짜인 틀 없이 특정 상황만 주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판을 친다. 8년 전 MBC '무한도전'에서 몸고생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예능인들은 이제 대놓고 생고생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똑같이 먹방이 숨어 있고, 생고생을 하며 땀을 흘려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기획의도는 잊고 대세인 먹방 퍼레이드를 따라했다가 혹평을 받는가 하면 먹방으로 광고계를 접수한 사람도 있다. 똑같이 생고생하고 돌아왔는데 누구는 예능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누구는 부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산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또 비슷하게 느껴지는, 요즘 뜨고 있는 방송 3사 예능프로그램의 키워드를 짚어봤다.

#언제, 어디서나 '먹방'으로 광고까지 섭렵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를 본 관객들은 극장을 나서며 탕수육과 크림빵을 찾았다. 하정우 때문이다. 하정우는 이 작품에서 먹는 연기를 매우 실감나게 소화하며 이후 '먹방'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먹방계의 전설로 불렸다. 이후 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정우를 능가하는 먹방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맛집 찾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전반적으로 먹방이 끼어있다. 누군가가 먹방을 보여주면 다음날 꼭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라면 먹방으로 광고까지 찍었다. 앞니가 없는 윤후가 짜장라면과 달걀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시청자들까지 배가 고파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현대인의 필수 조건을 하나씩 가감해봄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에 대해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인 KBS 2TV '인간의 조건'은 아예 먹방을 주제로 삼은 적이 있다. '인간의 조건'은 이달 초 방송된 15회부터 3회 동안 '산지 음식만 먹고 살기' 미션을 실행, 먹방을 이어가며 토요일 밤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했다.
기러기 아빠, 독신남, 주말부부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싱글족이 된 스타들의 일상을 엿보는 MBC '나 혼자 산다' 역시 먹방을 빼 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가수 데프콘은 주제와 상관없이 매 방송마다 먹방을 이어가 시청자들을 괴롭게 만든다. 자정이 다 된 시각에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엿보던 시청자들은 데프콘 때문에 굶주린 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KBS 2TV '해피투게더3'도 야간매점 코너로 먹방을 잇고 있다.
반면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은 기획의도를 잊고 먹방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작 논란이 있던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은 진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먹는 모습을 보여줬고, 시청률은 잡았지만 기획의도에서 벗어났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했다.
#MBC 예능 황금기로 이끈 '관찰 예능'의 기적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밀려 무너져가던 MBC 예능이 '관찰' 프로그램으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했다. 현재 방송 중인 '아빠! 어디가?'와 '일밤-진짜 사나이'는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편성돼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관찰 예능의 특성상 24시간 이상 카메라가 작동되고, 그 속에서 출연자들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 것.
특히 연예인 아빠와 자녀들의 여행기를 담은 '아빠? 어디가!'는 방송 시작 후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해 10%대 초반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매 방송마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아빠와 아들, 딸의 여행기를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형식으로 촬영해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방송에 내보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짜 사나이'는 스타들의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기획의도로 서경석, 류수영, 김수로, 미르, 손진영, 샘 해밍턴이 군대에서 적응하는 이야기를 관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프로그램.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로 꼽는 군대를 소재로 제작됐지만, 작은 감정 변화까지 그대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관찰 카메라로 여성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엿보는 '나 혼자 산다' 역시 반응이 좋다. 이성재, 김태원, 김광규, 노홍철, 데프콘, 서인국이 출연하는 '나 혼자 산다'는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털털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악역일 때 더 사는 배우 이성재에게 이런 귀여운 면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으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는 서인국의 집이 이렇게 더러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연인으로 돌아간 스타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부터 '정글의 법칙'까지..생고생 버라이어티
8년 전, 무모한 도전에 힘쓰던 '무한도전' 팀은 지금까지 예능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방송 구성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레슬링과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봅슬레이와 조정에 도전하는 등 몸을 쓰는 프로젝트를 이어 오고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흘린 땀방울에서 진심이 느껴졌기에 이런 장기 프로젝트들은 항상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무한도전'에 이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도 몸고생 심하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몸고생하며 프로그램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일곱 멤버들의 모습에 여전히 감동받는 시청자들이 꽤 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에 이어 몸고생하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 바로 SBS의 '정글의 법칙'. '원시, 대자연 속에서 잃어버린 순수를 찾고 새로운 나에 도전한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정글의 법칙'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가 인기를 얻으며 정규 편성됐다. 오지에서 집 만들기부터 먹을거리 구하기까지 모두 병만족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몸고생과 마음고생이 심하다. '정글의 법칙'은 올해 초 조작논란에 휩싸이며 진정성을 의심받았지만 예능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SBS의 또 다른 생고생 버라이어티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은 몸고생·마음고생하며 뜬, 여타 프로그램들과 달리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맨발의 친구들'은 특정 지역으로 떠난 멤버들이 현지인들과 똑같이 돈을 벌고 생활하는 자급자족을 그린 프로그램. 낯선 지역으로 떠난 멤버들은 방송이 아닌 일을 하며 땀을 흘리지만, 멤버들의 뜨거운 땀방울이 시청자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맨발의 친구들' 멤버들이 흘린 땀에서 웃음과 감동, 참된 행복을 모두 다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진짜 사나이' 등이 생고생하며 흘린 눈물과 땀을 감동과 웃음으로 승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