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 추신수(31)는 신시내티 레즈맨이다. 하지만 아직 추신수를 잊지 않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선수와 관계자들이 많았다. 추신수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추신수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전 소속팀 클리블랜드와 홈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슬럼프에 빠져있었지만 이적 후 처음 만난 친정팀을 상대로 첫 타석부터 장쾌한 홈런포를 터뜨리며 부진 탈출을 알리더니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연 뒤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이 같은 그의 활약을 놓고 현지 언론에서는 '추신수가 전 소속팀 클리블랜드에 상처를 입혔다'고 부각시켰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에도 친정팀이었던 시애틀 매리너스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신시내티로 옮겨 클리블랜드를 울리며 '친정팀 킬러' 면모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하지만 승부를 떠나 추신수는 경기 전부터 오랜만에 만난 클리블랜드 선수 및 관계자들과 오랜만에 만나 환담을 나누는 등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카를로스 산타나, 제이슨 킵니스, 마이클 브랜틀리 등 클리블랜드 때부터 절친하게 지낸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 및 트레이너들과도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선수와 코치들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클리블랜드 담장 지역기자들도 오랜만에 만난 추신수를 보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클리블랜드 지역지 '플레인딜러'의 폴 호인스 기자와는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호인스 기자는 "추신수는 여전히 나이스 가이"라며 클리블랜드의 패배에도 그를 오랜만에 만난 것에 기뻐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경기 전날부터 현지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친정팀과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추신수는 "오랜만에 옛동료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분이 좋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승부를 해야 한다"며 공과 사를 구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대로 그는 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클리블랜드를 울렸다. 경기 후에도 추신수는 "특별한 것 없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플레이했다. 그저 한 경기일 뿐이다. 다음에도 마찬가지"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에 대한 애정은 감출 수 없었다. 시애틀에서는 이렇다 할 기회를 받지 못하며 아쉬움 가득한 채로 팀을 떠났지만, 클리블랜드에서는 주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추신수가 트레이드 이후 크리스 안토네티 클리블랜드 단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는 작년보다 팀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클리블랜드는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고전했지만, 단장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올해도 후반기에 무너지지 않으면 아마 포스트시즌에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년 내내 잘 해낸다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몸은 멀리 떠났지만 아직 추신수를 잊지 않은 클리블랜드 선수 및 관계자들이 많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사사로운 정을 버리지만 추신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변함없는 클리블랜드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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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