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경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는 원정길이라면 마음은 한결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레바논 원정을 떠나는 최강희호가 그렇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 레바논 원정을 위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대표팀은 두바이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후 내달 1일 격전지인 레바논 베이루트에 입성할 예정이다.
이번 원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종예선 5경기를 치른 현재 3승 1무 1패(승점 10)를 기록 중인 한국은 한 경기를 더 치른 우즈베키스탄(승점 11)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원정길에서 승점 3점을 보탤 경우 안방에서 열리는 우즈벡(11일)과 이란전(18일)을 한결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

상대 레바논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9위로 한국(42위)과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심할 수 없다. 불과 19개월 전 같은 장소에서 당했던 참사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 15일, 당시 조광래 감독의 지휘 하에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 원정을 떠난 대표팀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했다. 침대축구는 물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고, 상대팀 관중들은 레이저빔에 야유로 한국을 괴롭혔다. 이제껏 레바논을 상대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우세를 자랑하던 한국은 '베이루트 참사'로 인해 조 감독의 경질 파문을 겪었다.
최종예선 홈에서 다시 만난 지난 6월 레바논전에서는 3-0으로 가볍게 물리치며 수준 차이를 보여줬지만, 그 때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베이루트 원정은 대표팀에 있어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당시 대표팀에서 '베이루트 참사'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야했던 선수들이 승리 그 이상의 설욕을 다짐하며 비행기에 오른 이유다.
가뜩이나 쉽지 않은 중동 원정길, 홈 텃세는 물론이거니와 베이루트 참사의 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레바논 원정은 최강희호의 앞에 놓여진 가장 큰 과제다. 과연 최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이 어려운 과제를 잘 풀어 승리라는 결실로 엮어올 수 있을지, 홈에서 제대로 된 설욕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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