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그쳤다. 그러나 경기는 연기됐다. 과연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K와 삼성의 경기는 그라운드 사정으로 연기됐다. 사실 오전까지만 해도 경기가 열릴지는 불투명했다. 지난주 일요일 저녁부터 이날 오전까지 꽤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시작했고 2시 이후에는 비가 완전히 그쳤다. 기상 상황만 생각하면 예정대로 진행이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경기는 연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후 4시 40분경 연기를 결정했다. 이유는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었다. 이날 문학구장은 이틀에 걸쳐 내린 비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내야에는 곳곳에 물이 고였다. 문학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대형 방수포를 가지고 있고 배수 시설도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예상보다 일찍 쏟아진 비에 내야를 모두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

외야 사정도 문제였다. 겉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녹색 잔디였지만 이미 잔디가 물을 머금어 상당히 미끄러웠다. SK의 한 선수는 연기 결정이 나기 전 “밖에서 볼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굉장히 미끄러워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렵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잔디가 심하게 훼손될 수 있는 우려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잔디를 밟으면 바로 파인다. 파인 부분은 복구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기 결정에 대해 벤치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경기장이 미끄럽거나 질퍽거리면 스파이크가 박혀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며 부상을 우려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보호 역시 중요한 명제라는 것이다. 아쉽지만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아니었다. 하루를 쉰 두 팀은 29일 선발로 윤희상(SK)과 윤성환(삼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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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