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영웅들, 이제 유니콘의 뿔이 보인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29 06: 18

넥센 히어로즈는 공식적으로 2008년 신규창단된 구단이다. 그래도 선수나 코칭스태프 구성을 보면 현대 유니콘스의 적통을 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8년 창단 당시 현대 선수들이 주축이 돼 탄생했다.
현대는 모기업의 지원이 끊어졌던 2000년대 후반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한때 프로야구에 왕조를 건설했던 팀이다. 총 4번의 우승을 기록했고 최전성기였던 2000년에는 91승 40패 2무 승률 6할9푼5리로 역대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2008년, 팀의 마스코트는 유니콘에서 영웅으로 바뀌었고 예전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로부터 5년, 숱한 우여곡절 끝에 넥센은 현재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작년 잠시 1위로 올라섰지만 빠른 속도로 떨어지며 창단 첫 4강진출에 실패했고, 그때의 경험이 자양분이 돼 올해는 탄탄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올 시즌을 앞두고 다크호스로 넥센을 꼽았지만 이처럼 1위를 질주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NC 김경문 감독 역시 "넥센이 올해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1위까지 계속 유지할 정도로 힘이 붙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넥센은 창단 후 아직 4강진출 경험이 없다. 최고성적이 2009년과 작년 기록한 6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안정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모습에서 예전 유니콘의 뿔을 보는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한다.
28일 현재 넥센의 성적은 40경기에서 27승 13패, 승률 6할7푼5리로 단독 선두다. 2위 삼성이 반 게임차로 추격하지만 3위 KIA와는 5경기나 차이가 벌어졌다. 통상 3경기 차를 좁히기 위해 1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넥센은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넥센 사령탑을 맡고 있는 염경엽 감독은 현대가 가장 강력했던 시절 선수로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의 경험이 현재 넥센에 어떻게 녹아 있을까. 염 감독은 "그때 현대가 강했던 건 전력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가 안정적이고 타선도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올릴 능력이 됐다. 지금 삼성이 강팀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넥센의 장기적인 목표는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는 것. 염 감독은 올 시즌이 그 과정이라고 힘줘 말한다. 그는 넥센이 강호가 된 것 같냐는 질문에 "아직은 강호라고 말하기 어렵다. 1년 만에 갑자기 강팀이 될 수는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렇지만 올해 넥센이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염 감독은 "절대 전력상 오버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성과를 거뒀다. 선수들이 내게 40경기동안 (내 야구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승패마진 +14지만 지금이 위기"라며 경계를 끝까지 늦추지 않은 염 감독은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최대 목표는 눈 앞의 성적이 아니라 넥센을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대가 쉽게 보지 못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년, 그리고 3년이 지났을 때 넥센이 진짜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내가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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