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마음은 새롭게, 머리는 빠르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9 06: 59

“한 1년 정도 됐죠? 야구장이 커진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을 텐데 느낌이 그러네요”
23년 동안 프로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중 10년을 문학구장과 함께 했다. 몸과 머리가 경기장 곳곳을 기억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도 너무 오래간만이라서 그럴까. 박경완(41, SK)은 낯설다며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다른 표현 방식이기도 했다. 부드러운 어투에는 굳은 각오도 숨겨져 있었다. 마음은 새롭게, 머리는 빠르게 가져가겠다는 게 박경완의 생각이다.
박경완은 28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최근 침체되어 있는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카드다. 박경완으로서는 지난해 7월 2일 1군에서 말소된 이후 330일 만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경완은 문학구장이 새롭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기장은 매일 왔다. 그런데 여기가 아닌 저쪽이었다”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박경완이 가리킨 곳은 2군 라커룸이 있는 3루였다.

힘든 시기 끝에 얻은 소중한 기회다. 지난해 말 박경완은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포수 자원이 많은 SK에서는 안정된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단의 반대에 부딪혔다.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매진했지만 체성분 테스트 미달, 전지훈련 명단 제외라는 시련이 이어졌다. 시범경기 막판 복귀했으나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항상 그의 자리가 있었던 문학구장에 돌아와도 너무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를 법도 했지만 이내 냉정함을 되찾은 박경완이다. 박경완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팀 미팅 자리에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박경완은 “몇몇을 빼면 우리 투수들이 다 어리다. 그것이 먼저 눈에 쏙 들어오더라. 포수의 몫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느꼈다. 프로 23년 중 SK에서 젤 많이 뛰면서 우리 투수들과 많이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라고 했다. 환경은 분명히 달라졌다. 주로 2군에 있었던 박경완에게는 불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최고의 두뇌회전을 자랑했던 박경완이다. 적응도 그만큼 빠를 수 있다. 2군에 있을 때도 1군 경기를 보며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는 박경완은 “전지훈련도 참여하지 못해 1군 선수들의 공을 못 받아봤다”라고 하면서도 “최대한 순간 순간을 빠르게 잡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부담은 있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박경완은 “성적이 나오든 안 나오든 가지고 있는 기량의 100%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믿음을 강조했다. 박경완은 “나를 믿고, 또 투수들을 믿고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41살에 찾아온 새로운 출발. 박경완의 피와 눈빛이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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