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LG에선 피어나지 않았던 새싹들이 올 시즌 한꺼번에 열매를 맺고 있다. 이제 이들이 없이는 팀을 꾸리기 힘들 정도다.
현재 LG 타선에서 3할대 타율을 올리고 있는 타자는 5명, 이중 박용택과 이진영을 제외한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3명은 이전까지 3할 타율을 달성한 경험이 없다. 또한 이들 모두 단 한 차례도 규정타석을 채워보지 못했다. 정의윤은 1군 통산 500경기 이상을 뛰었지만 문선재와 김용의는 둘이 합쳐도 200경기가 안 된다. 특히 문선재는 올 시즌 전까지 단 일곱 번 1군 무대를 밟았다.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의윤은 5월 타율 3할7푼8리로 5월 내내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지난 26일 잠실 SK전에선 9회말 끝내기 안타까지 터뜨렸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도 집중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나아지는 중이다.

문선재와 김용의를 빼고는 올 시즌 LG 내야진을 논할 수 없다. 개막전부터 둘은 플래툰으로 상대 선발투수에 맞게 출장하고 있는데 둘 다 공수주에 능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둘은 지금까지 페이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한 때 주춤했던 타격감을 다잡고 다시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안타를 치는 것 외에도 도루 11개를 합작, 장타력이 부족한 LG에 빠른 다리로 득점력을 더하고 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내야진에 공백이 생기면 이를 메운다.
마운드에서는 신정락과 임정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신정락은 변화를 통해 진화했다. 지난해 제구력을 다잡고 부상을 피하기 위해 팔각도를 내렸는데 이로인해 전에 없던 안정감을 갖게 됐다. 지난 25일 잠실 SK전에선 개인 통산 최다인 8⅓이닝 투구수 121개를 기록, 7번째 선발 등판 만에 완투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다. 2010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잠재력이 마침내 폭발하고 있다.
2011시즌 후 FA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정우는 구위와 제구력이 꾸준히 향상되는 중이다. LG 불펜진이 두터워지면서 필승조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추격조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2승을 거뒀다. 직구 구속은 150km에 가깝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완성도도 작년보다 확연히 높아졌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머지않아 LG 마운드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전까지 LG는 좀처럼 신진세력이 등장하지 않아 매년 보이는 전력 그대로 시즌을 치렀다. 결국 기존 중심선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고, 중심선수 한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이내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난해 유원상을 시작으로 유망주들이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키고 있다. 적극적이고 유쾌한 김기태 감독의 스킨십에 어린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이병규 박용택과 같은 고참들 또한 이들의 실수를 질책하긴 보단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 마침내 팀 전력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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