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의 취미는 산책이다. 꾸준히 산이나 공원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심신을 달랜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령 감독이지만 여전히 박력이 넘치는 원인도 산책에 있다.
프로야구 감독 생활만 25년을 넘게 한 만큼, 전국의 명소는 모두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LG전에 앞서 “대전에선 계족산, 광주에선 무등산, 인천에선 맥아더 동상 근처 공원, 서울에선 국기원 부근을 돈다. 대구, 마산, 부산 등을 갈 때도 걷는 길이 정해져 있다”고 자신의 산책코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보통 새벽 6시에 일어나 산책에 나서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에도 어김없이 밖으로 나간다. 김 감독은 “요즘 잠이 안 와서 멍하게 TV를 볼 때가 많다. 그러다가 새벽 1, 2시에 라이트 들고 산을 찾는다. 다 올라가지는 않고 아래서 뱅뱅 돈다. 잡념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사람 없는 곳에서 산책하면 욕을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직접 하면 안 되니까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허공에 욕바가지를 한다. 이렇게 하면 속이 확 풀린다. 근데 가끔 사람들이 듣고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11번 선발 등판 만에 승리투수가 된 외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를 두고 “홀로 산책하면 이브랜드가 떠올랐다. 허공에다가 ‘이브랜드야 그래가지고 한국까지 왔냐’고 소리질렀다”고 농담을 던졌다.
논란이 됐던 물벼락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선수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다. 사고인데 그런 것 가지고...”라며 어린 선수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흥분한 상태서 이기면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 나한테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부진한 팀 성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재치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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