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웃음' 최용수, "서울극장, 솔직히 안나왔으면 좋겠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5.29 15: 26

"솔직히 이야기해서 서울극장 이런 것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최용수 감독의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화끈한 역전쇼, 공격 축구, 명승부를 표방하는 최 감독이지만, 먼저 실점하고 경기 후반 따라잡거나 뒤집는 경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간담이 서늘해지는 쪽은 감독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하소연이었다.
FC서울은 29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ACL 일정으로 인해 연기된 12라운드 전남 드래곤스와 경기를 앞두고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최용수 감독과 김주영, 최효진이 참석해 전남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은 "외부에서는 우리가 리그에서 순위, 승점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우려가 많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좋은 팀 분위기 속에서 후반기에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전남전은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한다"고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전남전 못지 않게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지난 1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탐라대첩'이었다. 4-4의 명승부, 후반 추가시간에만 서로 1골씩을 교환한 피말리는 접전은 K리그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회자되고 있다. 최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기고 싶었던 경기다. 그 좋은 무패 행진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 아니겠나"라면서도 "4-4라는 스코어, 마지막 추가시간에 한 골씩 주고 받은 그런 경기를 하면서 '아, 이게 축구의 묘미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최 감독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감돌았다. 배울 점이 많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막아야지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런 뜻에서 의미있는 경기 아니었나 싶다"며 '탐라대첩'의 교훈을되새겼다.
최근 서울이 선실점을 하고 따라잡거나 뒤집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극장경기'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는 질문에 최 감독의 쓴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선실점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한 골 먹어도 우리는 득점할 수 잇는 팀이고, 그런 부분 덕분에 끝까지 반전드라마를 쓰고 있다"고 답한 최 감독은 "사실 이런 경기가 계속 나오면 나는 단명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감독으로서 조마조마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수명이 단축되는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개인 능력이 좋다. 문제는 볼처리나 그런 약간의 방식에서 상대가 득점을 가져간다는 거다. 그런 부분들이 전체 경기 승패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아야한다. 조그만 실수들이 상대에게 유리한 상황을 주기 마련"이라며 "솔직히 이야기해서 서울극장 이런 것은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지루한 경기, 그런 축구를 하기로 작정하면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할 것이다. 하지만 그 카드는 꺼내고 싶지 않다"고 고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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