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단골 소재인 성장과 두려움 극복의 과제가 진짜 부자지간을 만나 정서적 깊이를 더했다.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아들 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애프터어스’(M.나이트 샤말란 감독)가 2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애프터어스’는 3072년을 배경으로 지구에 불시착한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 분)와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 분)가 생존을 위해 극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영화. 사이퍼는 노바 프라임 행성의 레인저 부대 소속 최고 전사지만 과거 괴생명체 얼사로부터 딸을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가 깊숙이 박힌 인물이다. 이는 아들 키타이 역시 마찬가지로, 레이저 부대 생도 신분인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누나의 위험 앞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특히 청소년기라는 미성숙한 시절은 그에게 훨씬 더 날선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결국 부자(父子)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이 같은 과정을 그리며 1000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야생 천국으로 변해버린 수풀이 무성한 지구와, 그 속에서 인간을 죽이도록 진화한 생명체들을 위협적으로 재연하며 이를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부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거대한 조류에게 쫓기는 키타이의 모습은 원초적 공포와 두려움이 내재된 채 위협적으로 변해버린 지구를 실감케 하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그리며 생존이라는 목적 외에 반목했던 부자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아버지의 지시를 받으며 조난신호기를 가져오는 임무를 수행하는 키타이는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원초적 자연을 상대로 두려움의 감정을 떨쳐버리며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면서 본인 역시 같은 아픔을 극복하고 키타이는 아버지와 꼭닮은 남자로 성장한다. 윌 스미스가 제작을 비롯해 스토리에 참여해서일까, 부자의 화해 과정과 정서적 교류가 ‘애프터 어스’에 차지하는 비중은 화려한 볼거리 보다 오히려 비중이 크다.
유쾌하고 젠틀한 윌 스미스는 이번 영화에서 부성애로 무장하고 ‘아빠 포스’를 맘먹고 드러내며, 아들 제이든 스미스는 6년 전 ‘행복을 찾아서’의 귀여운 꼬마 소년의 인상을 지워버리고 사춘기 소년의 불안한 눈빛을 제대로 표현했다.
다만 소년이었던 키타이가 후반부 두려움을 극복하는 클라이맥스와 결말 부분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 된 듯한 인상은 아쉽다.
30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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