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일만의 승' 이재곤, 약속 지켰다…"두환아 보고있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29 21: 32

"올해는 무조건 잘 해야합니다. 두환이 가는 날 동갑 친구들끼리 모여 '올해는 두환이를 생각해서라도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자' 고 약속했어요."
태양이 작렬하던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났던 이재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올 시즌 포부를 밝혔다. 이재곤이 말한 '두환이는'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이두환이다. 2006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멤버이자 동기인 이두환이 세상을 떠나던 날, '88둥이' 친구들은 올해 활약을 다짐했다. KIA 양현종이 그랬고, 이재곤도 올 시즌 친구에게 바칠 승리를 위해 캠프에서 피땀을 쏟았다.
2010년 8승을 거두며 혜성같이 나타났던 이재곤이지만 이후 2년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캠프에서 부쩍 좋아진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1군 마운드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날 경기 전까지 2경기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었다.

마침 롯데는 선발진에 구멍이 났고 이재곤이 기회를 잡았다. 이재곤의 선발 등판은 2011년 6월 11일 사직 한화전 이후 거의 2년 만에 있던 일. 최근 선발승을 따져봐도 2011년 5월 17일 문학 SK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재곤은 2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로 등판, 6⅓이닝동안 1피안타 4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38km에 그쳤지만 주무기인 싱커와 새로 장착한 커브가 두산 타자들을 꽁꽁 묶어놨다.
5회까지 노히트 역투를 펼치던 이재곤은 6회 1사 후 민병헌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거기에 도루까지 허용, 안타 한 방이면 1-0 리드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껄끄러운 타자 김현수와 홍성흔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재곤은 7회 첫 타자까지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거의 2년 만의 선발 등판이라 코칭스태프는 투구수 88개에서 이재곤의 교체를 결정했다. 결국 롯데는 이재곤이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두산에 3-0 승리를 거뒀다. 이재곤은 2011년 8월 11일 사직 넥센전 이후 657일만에 승리를 거뒀고 2011년 5월 17일 문학 SK전 이후 743일만에 선발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재곤은 꿈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먼저 떠난 친구 이두환의 영전에 바쳤던 약속을 지켰다. 이제는 오늘의 감각을 잊지 않고 계속 유지해 활약을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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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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