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 도넛', 롯데의 '착한' 승리 세리머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30 06: 22

최근 한국사회는 '착한' 것이 대세다. 한 쪽만이 이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생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착한'의 핵심 이념이다. 그래서 '착한 가게', '착한 기업', '착한 소비'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구장 세리머니도 얼마든지 착해질 수 있다. 이제까지 승리 세리머니는 짓궂은 장난이 대세였다.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 물세례를 퍼붓는 건 약과, 점점 장난은 진화를 해 이제는 방송 인터뷰중인 선수와 아나운서를 향해 물을 끼얹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러한 장난은 지난 일요일 사건을 기점으로 공론화되기에 이른다. 기분 좋은 장난으로 시작됐던 세리머니는 SNS 설화로까지 번졌고, 선수와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만을 남기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여기에 대비되는 세리머니가 있으니 바로 롯데였다. 롯데는 28일 사직 두산전에서 승리를 거뒀는데 이날의 히어로는 내야수 정훈이었다. 정훈이 인터뷰를 하고 있던 그때, 어김없이 더그아웃에서 선수가 뛰어 나왔다. 동갑내기 내야수 황재균이었다.
대체 황재균이 무슨 장난을 칠까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던 순간, 그는 갑자기 도넛 하나를 정훈의 입에 물려준다. 그리고 잘했다는 듯 친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줬다. 세리머니를 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기분 나쁘지 않은 장면이었다. 황재균은 "그냥 옆에 도넛이 있길래 (정훈이) 배가 고프겠다 싶어서 가져다줬을 뿐"이라며 답할 뿐.
롯데는 29일에도 두산에 승리를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이날의 수훈선수는 2년 만에 선발승을 기록한 언더핸드 이재곤이었다. 이재곤이 방송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다시 황재균과 정훈이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황재균은 혼자는 외로웠는지 전날 자신이 도넛을 줬던 정훈을 데려왔다.
이들은 한 손에 각각 종이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할까' 궁금해진 순간, 황재균은 이재곤에게 정훈은 KBS N 윤태진 아나운서에게 한 잔씩 권했다. 액체의 정체는 오렌지 주스, 인터뷰를 하니 목이 마를 것 같다며 음료수를 가져 온 두 선수다. 이재곤도 재치있게 "주스를 얻어 마셨으니 다음에는 밥을 사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황재균과 정훈은 한 살 아래인 후배 이재곤을 장하다는 듯 한참 쓰다듬더니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졌다. 간단한 간식과 동료애 넘치는 포옹이 있는 '착한' 승리 세리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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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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