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세가 거세지는 않다.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지난주부터 3연전마다 위닝시리즈와 루징시리즈의 갈림길에 서있다. 이번주 한화와 주중 3연전 역시 세 번째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1승 1패로 시리즈를 조기에 가져가지 못했다.
결국 최근 성적만 보고 LG의 상승세를 전망하는 것은 너무 이른 일일지 모른다. 지난주 2번의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로 장식, 4승 2패를 거두긴 했지만 여전히 5월 성적은 8승 13패로 리그 최하위다.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위닝시리즈보다 루징시리즈가 4차례나 많아 5할 승률 회복을 위해선 내리 3경기를 잡아야한다. 팀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꽤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팀이 돌아가는 과정과 6월부터 팀에 복귀할 선수들을 염두에 두면, 상승 기류를 향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LG의 가장 큰 두 가지 문제는 선발진과 장기간 바닥을 치고 있는 타선.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4.14(7위)로 하위권이고 5월 타선의 득점 생산력도 득점권 타율 2할6푼8리(6위) 팀 OPS .675(9위)로 심각하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조금씩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선발진이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듀오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이었다. 두 투수 모두 한 달이 넘도록 선발승을 올리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외국인 듀오 성적에 한해 리그 상위권에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완전히 깨져버리는 듯했다. 특히 주키치는 한 때 평균자책점이 5점대까지 치솟으며 LG 선발진 5명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다. 당시에는 아예 선발 등판하지 않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었다.
고전하던 리즈와 주키치는 각각 지난주 삼성과 3연전 2번째 경기와 3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 올 시즌 처음으로 나란히 선발승을 거뒀다. 특히 리즈는 한국무대 첫 완투승을, 주키치는 올 시즌 두 번째 무사사구 경기로 의미를 부여할만한 호투를 펼쳤다. 이후 리즈는 지난 28일 한화전에서 선발승에는 실패했지만 퀄리티스타트를, 주키치는 29일 5⅓이닝 1실점으로 2연승에 성공했다. 둘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예상보다 잘하고 있는 토종 선발진 3인방과 시너지 효과를 형성, 단숨에 선발 마운드를 높일 수 있다.
5월 들어 단체 부진에 빠진 듯했던 타선은 정의윤과 이병규(9번)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5월 타율만 봐도 정의윤이 3할9푼 리그 전체 1위, 이병규가 3할2푼7리를 기록 중인 가운데 각각 5월 9타점과 10타점으로 해결사가 됐다. 29일 한화전에서도 8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고 있는 정의윤이 올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병규 또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들마저 없었다면 LG 타선은 끔찍한 지경이었겠지만, 다른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이 바닥을 찍을 때 정의윤과 이병규가 고군분투하면서 타선이 회복세를 맞이하는 듯하다.
즉, 기존 중심선수인 박용택 정성훈 오지환이 컨디션을 되찾고, 문선재 김용의와 같은 신진세력의 성장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타선이 단 번에 살아날 것이다. 게다가 6월내 복귀를 목표로 이진영과 현재윤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타선의 정상화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미 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막강함을 뽐내고 있는 불펜진도 시즌 끝까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 시점. 실제로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9일부로 정현욱에게 2일 휴식을 줬고 그 자리에 임정우와 임찬규를 넣을 뜻을 전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동현의 페이스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만큼, 셋이 조화를 이루면 오는 31일까지 정현욱 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다. 6월이면 유원상도 돌아올 예정. 올 시즌 남은 3분의 2 역시 철벽 불펜이 지금처럼 이어질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면은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강하게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병규는 5월 말까지 5할 승률 -2를 선수단 목표로 정했다.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의윤은 29일 경기서 7회말 무사 1, 2루서 자신이 이대형과 교체된 것을 두고 “번트가 필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체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신예 선수들은 베테랑 선수들의 격려 속에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담 없이 이해 중이다. 내야수 문선재는 “이병규 선배님이 매번 ‘즐겁게 하자. 야구하는 3시간을 즐기자’고 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큰 부담은 없다”며 “나는 출루를 해야 하는 타자기 때문에 스윙폭을 좁혔다”고 밝혔다. 30일 경기를 승리해 목표로 삼았던 5할 승률 -2가 된다면, 선수단의 단합력은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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