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투구는 99마일이 아니라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LA 다저스 돈 매팅리(52) 감독이 한국에서 온 괴물 투수 류현진(26)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단순히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예술'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류현진을 높이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매팅리 감독이 보기에 류현진은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 투수일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99마일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오히려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류현진은 99마일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압도한다. 볼 스피드를 조절하며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빠른 최고 95마일 강속구를 던졌다. 매팅리 감독도 "류현진이 두 번이나 95마일을 던졌다. 9회에도 93마일까지 나왔다. 이전까지 88~91마일 정도 나왔는데 확실히 패스트볼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며 그의 구속 상승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이 말하는 류현진의 진가는 바로 컨트롤과 완급조절에 있었다. "류현진은 홈 플레이트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몸쪽도 마음 먹은 대로 던질 수 있다. 체인지업을 비롯해 브레이킹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린다. 류현진의 투구는 스피드건을 보는 것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라는 게 매팅리 감독의 말이다.
특히 이날 류현진은 루킹 삼진을 3개나 잡을 정도로 허를 찌르는 피칭이 많았다. 에인절스 타자들이 타이밍을 좀처럼 못 맞췄다. 매팅리 감독은 "95마일 강속구 이후 갑자기 75마일 체인지업에 대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패스트볼 이후 변화구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게 류현진인데 그만큼 스피드 변화를 잘 일으킨다"고 했다. 반대로 변화구 이후 과감하게 위닝샷으로 구사한 패스트볼로도 재미를 봤다. 완급조절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또 하나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꾸준함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그는 "류현진은 언제나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공을 던진다. 스스로 관리할 줄 안다"며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많은 이닝을 던져줄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그는 마운드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라며 깊은 신뢰를 표했다.
매팅리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달 중순부터 경질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질설이 불거진 이후 류현진이 선발로 나온 2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 길게 던지며 승리투수가 돼 매팅리 감독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완봉승을 계기로 우리는 앞으로도 상대를 셧아웃해 나갈 것"이라며 한결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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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